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vid Sep 14. 2021

개발자가 되면 하는 실수 | 첫 번째

CHAPTER 2< 주의사항 />

개발자들이 흔히 빠지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면서 안중무인(眼中無人)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06년, 필자가 삼성으로 이직했을 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삼성은 OLED를 최초로 양산하기 위해, 그것도 사람이 전혀 없는 Full 자동화 시스템 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스카우트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OLED이지만, 그때만 해도 이 기술을 공장에서 사람 없이 자동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허황된 소리처럼 들리곤 했다. 


그러나 거의 20년 전 이미 이러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지금 돌이켜보면 대단한 비전이었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기계들이 사람 없이 물건을 옮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 삼성의 목표도 이와 비슷했다. 

사람이 없는 공장에서 OLED를 시스템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인재들이 대거 합류했고, 그로 인해 기존 인력과 새로운 인력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시 삼성 내부는 박사 학위자와 카이스트 출신들이 넘쳐났고, 이로 인해 지적인 우위에 있는 직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입사 첫날, 상사는 나에게 한 명의 직원에 대해 얘기해주며, 그 직원의 기를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워낙 똑똑하고 관련 기술을 잘 알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사의 부탁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따돌리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실력이 뛰어난 사수 밑에서 배우기보다는 독학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수의 지도가 절실하다. 

아무리 똑똑해도 실수는 하게 마련이고, 그 한계를 깨닫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 달간 그 직원과 여러 번 부딪혔지만, 결국 그도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멘붕에 빠지곤 했다.

빠른 시간 내에 시스템 장애를 해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그는 차츰 나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가까워졌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그는 나의 최애 부사수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어린아이'라고. 만약 누군가가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내가 설명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잘난 척을 할 어른이 몇이나 있을까? 


내가 대화하는 상대를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로 생각한다면, 그들이 내 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기특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나는 화를 내기보다는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준다.


설령 그들이 나를 살살 긁어대도, 그들을 어린아이로 여기면 화를 내기보다는 미소 지으며 바라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 앞에서 자랑할 것도, 내세워서 얻을 것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겸손한 태도유연한 사고로 개발자의 길을 걸어간다면, 지식에 대한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무인 : 눈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을 입문할 때 알고 있으면 좋을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