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어린 시절,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정식 아이스크림은 우리에게 너무 먼 사치였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그 시절,
나는 아이스크림의 '아' 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어디선가 아이스크림 한 통을 가져오셨다.
지금도 그 출처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통이 내 어린 눈엔 거대하게 느껴졌다는 거다.
"이거 뭐야? 아이스크림이야?"
내 말에 어머니는 어깨를 으쓱하시며 말씀하셨다.
"응, 과일 맛 아이스크림이래. 엄마가 먹어봤는데, 괜찮더라."
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엌으로 달려가
밥 숟가락을 쥐고 돌아왔다.
가난한 우리 집에 찾아온 작은 기쁨에
가슴이 터질 듯했다.
"잘 먹겠습니다!"
외치며 크게 한 숟가락을 퍼서 입 안에 넣는 순간,
차가운 기운과 함께 화학 냄새가 퍼져 나갔다.
혀가 놀란 듯, 어색하게 내 입안에서 겉돌았다.
내 혀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작작 좀 해라..."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 맛은 마치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것처럼 기괴했다.
한 숟가락이 전부였다.
더 이상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살짝 웃으셨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감춰진 미안함과 사랑을 나는 느꼈다.
그 싸구려 아이스크림이 맛없어도,
그날만큼은 어머니의 마음이 내 입안에 달콤하게 남았다.
지금도 그 아이스크림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따뜻한 위로와 사랑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지탱해 주는지,
그때도 몰랐고,
지금은 가끔씩 그제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