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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10. 2023

미루는 습관이 나쁜 이유

마감일이 없는 인생은 아무런 우선 사항도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것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설정한 마감일은 손쉽게 바뀌거나 사라진다. 나를 원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치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책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역할 저부하는 과부하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나는 몸소 그것을 체험했다.


책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미루는 습관이 가장 나쁜 이유는 자신이 설정한 마감일을 쉽게 어기기 때문이다. '에이. 한 번쯤은 미뤄도 괜찮지!'라는 마음에 한 번 어기고, 이후 두 번 세 번은 숨 쉬듯이 자연스럽다.


미루는 게 습관이 되면 당장 할 수 있는데도 일단 한 번 미루고 확보한 시간을 우선순위가 낮은 일에 투자한다. 그런 사람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단위의 프로젝트를 리드하기 쉽지 않다. 만약 리드하는 위치를 맡게 된다 할지라도 본인의 미루기는 관대하면서 타인의 미루기에는 굉장히 엄격할 것이다.


스스로에게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도 때론 상대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 되기도 한다. 마감을 잘 설정하고 우선순위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려고 노력한다.


반면 미루는 사람은 본인의 일도 미루는데 타인의 일이라고 빨리 처리해주려고 할까.


"오후에 해드릴게요"

"저녁에 집에 가서 작업할 건데 그때 해드릴게요"

"주말에 할게요"

"하고 나서 말씀드릴게요"


해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 모든 말이 나중에 해준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해드리면 될까요?'라는 질문도 빨리 처리해 주려고 묻는 질문이라기보다 최대한 뒤로 미뤄 마감 바로 직전에 처리해 주기 위한 질문이다. 마치 최소한 이만큼은 보장해 준다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버린 것과 비슷하다.


마감일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도 다른 사람에게도 블랙홀이 된다. 그러니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끝나지 않는 블랙홀이 되지 않으려면 '퀄리티', '비용',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전에 '일정'부터 지켜야 된다. 모든 프로젝트가 일정도 지키고, 퀄리티도 좋고, 예산 내에서 수행하고, 모두가 만족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모든 게 충족될 수 없다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건 일정이다.


어떤 것을 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다면 꼭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모든 일이 급하지 않으니 원하는 것도 좀처럼 없다. 원한다는 건 어떤 것을 완수해야 한다는 뜻이고 완수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압박이 필요할 테니까.


압박이 적은 역할 저부하는 당장 작은 스트레스는 받지 않겠지만 결국 모든 것이 부채가 되어 큰 스트레스로 한 방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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