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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pr 13. 2020

인생이 나에게 던진 질문, '당신은 진실로 진지합니까'

당신은 진실로 진실로 진지합니까?

1)나는 어제도 고독했고, 오늘도 고독했고, 내일고 고독할 것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관한 논문을 썼다. 당연히,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해시태그를 긁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수많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았다. 수많은 사진과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관한 선행논문들을 바라보며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의 거대한 판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은 바로 지극한 '나르시시즘'이다. 당연히, 나 또한 이런 지극한 나르시시즘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열렬한 인스타그램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표현된 개인의 지극한 나르시시즘의 눈은 바로 '나 자신'을 향하고 있다. 언제나 사진의 주인공은 '나'이고, '나의 삶'에 계속 집중하게 되며, 남들에게 나 자신을 더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계속 터져 나온다. 인스타그램이야 말로 최고의 걸작이다. 바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지만 동시에 나 홀로 고립되는 공간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지금 나는 인스타그램을 비판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사랑하니까...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오히려 현대인인 우리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고독하고 외롭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자아가 역사가 발전하며 자아가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데카르트가 자아를 발명했을 때부터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기 때문이다. 


2)진지함이란 무엇인가


10년 전 내 삶에는 방향성이 없었다. 그 당시에 나는 세상이 불타 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칼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던 어느날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그 소설에서 선생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는 젊은 시절 친구를 배신하고 죽음으로 몰고갔던 과거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선생은 나를 만나게 되고 '나'를 신뢰하고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하며 목숨을 끊는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당시, 이 책에서 내가 깨달았던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함'이다. 소세키가 진지함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지만, 나는 소세키의 진지함을 '언제나 나 자신에게 신실하며 나의 밝은 과거나 어두운 과거를 대면하고 고민하는 힘'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때부터 삶에 대한 허무감을 내려놓고, 내 자신이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진실되고, 도덕에 맞고, 정의에 맞지 않다면 비판하는 그런 삶 말이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나는 진지함을 이렇게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나는 소세키의 '진지함'에 대해 절반만 이해했었던 것이다. 


3)인생의 질문에 답하는 법 '당신은 진지합니까?'


내가 진지함을 논할 때, 절반의 의미만을 파악했던 것은, 인생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가령,  '너는 이 고통을 이길 수 있겠니?'라는 질문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질문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어려움'과 두번째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어린 나에게 인생의 고통은 첫번째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통에 빠졌을 때, 비로소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소세키가 말했던 진지함을 '내 자신이 홀로 이겨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었다. 즉, 내가 놓였던 것은 진지함이라는 것은 타자의 존재가 존재해야 해야한다는 점이다. <마음>에서 선생이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고 고민하며 그것을 종국에는 '나'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 나는 인간이 대항할 수 없는 인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제는 홀로 그 대답을 하지는 않겠다. 신실한 유대를 만들고 의자하며 도와주는 삶이야말로 현대인의 고독을 이겨내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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