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때 잊지 않아야 할 마음에 대하여
'아, 한 번 더 확인할 걸.'
일을 하다 보면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실수가 나는 경우가 있다. 빨리를 외치다가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서 일이 미뤄지거나, 빨리 끝냈다고 좋아했는데 제대로 일 처리가 되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시간, 인력 등을 낭비하게 될 때다. 아주 잠깐, 다시 확인하면서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우리는 그 찰나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왜 이런 우를 범하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빨리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 일을 잘한다는 생각과 연결될 때가 많아서일 것이다. 실제로 일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보다, 빨리 일을 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생각할 때도 잦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세종 12년 6월, 모화루의 개천을 보수하는 일이 있었다. 모화루는 외국 사신을 영접할 때 쓰는 곳인데, 쓰러질 위험이 있어서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감독관들은 이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들은 건물의 높고 낮음(규격)을 고려하지 않았고, 개천에 돌을 쌓는 공사를 빨리 진행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처리했으니 담당자들은 세종으로부터 '일을 아주 잘했구나, 수고했다'라는 말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공사 터에 빗물이 들이닥쳤고 결국 돌담이 무너지며 부실시공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시간과 비용, 인력까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종은 '단지 빨리 이룩하기만 힘을 써서 기일이 다 되기 전에 끝을 마쳤으니, 견고하기에 힘을 쓰지 않았음이 명백하다'며, 담당자들의 벼슬을 파면시켰다.
일을 성급하게 처리하다가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또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관리가 물건을 훔친 죄인들을 심문할 때, 일찍 서둘러서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마음에 고문을 함부로 가하다가 죄인이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발생한 것이다.
죄를 밝히고 그에 맞는 판결을 내리는 것이 관리의 역할임에도, 그들은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죄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죄인들은 정확한 죄목도 알지 못한 채 더 큰 벌을 받거나 죽는 등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받아야 했다.
위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은 빨리 성취하고 싶은 개인의 마음, 사심(사사로운 마음) 전에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단체의 이익,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는 공심(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먼저 생각했다. 이 일을 했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될 인정보다 이 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의 상황은 어떤지를 먼저 헤아린 것이다. 세종은 스스로 사심을 경계했고, 신하들에게도 공심을 먼저 헤아릴 것을 요청했다.
세종 25년, 세종은 평안도 도관찰사인 조극관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다.
"비록 왕의 명령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 일의 급함과 급하지 않음(완급)을 살피지 않고, 백성의 고통을 살피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저 일을 빨리 성취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공사를 하라고는 했지만, 올해는 흉년이어서 백성이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어도 백성이 굶주리고 지쳤다면 일을 멈췄다가 내년을 기다릴 것이고, 내년도 흉년이면 그다음 해를 기다릴 것이다. 경은 잘 생각해서 아뢰라."
이 사례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을 빨리 처리하여 유능하게 보이는 것은 잠깐일 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일과 관련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람과, 주변을 점검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가? 빨리 처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오히려 자원들을 낭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세종은 이에 관해 재위 31년(승하 5개월 전),
신하들에게 한 가지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요청한다.
"일할 때는 마땅히 두려워하면서도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두려워하여 소란스럽거나 어지럽게 해선 안 된다. 그러면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되 지혜를 발휘하여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31/09/02)
실제로 세종은 일을 할 때 속도와 방향 모두를 추구했다. 폐단이 생길 위험이 있을 때는 신속히 조처를 하기를 명했고, 성을 쌓거나 군사훈련을 하는 등 대규모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때에는 '빨리하려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하라. 백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면밀하게 하라'라고 신하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세종은 일을 두려워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진중함과 속도 모두를 조절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정책들을 많이 펼 수 있었다. 일을 두려워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속도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세종은 오늘도 일에 대한 실마리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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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에게서 배우는 고객의 언어 https://brunch.co.kr/@baehayeon/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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