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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Mar 24. 2020

난 젊지만  디지털 키오스크가 불편하다

이건 어쩌면 태어나지 말아야 할 물건이었을지도 몰라

대세는 언택트다.

코로나19가 그 속도를 급격히 높였다. 종전에는 편의성과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증가가 언택트 트렌드의 핵심 이유로 꼽혔다. 이제는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보건의료적 측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면 우선순위는 재배치될 것이다. 나는 그중 키오스크의 편의성에 관해 짚어보고 싶다


아마도 2016년 하반기 혹은 2017년도 무렵으로 기억한다. 종전에도 드물게 식권 자판기 형태의 키오스크가 일부 식당에 존재했지만, 대형 브랜드가 도입한 키오스크를 처음 접한 것은 버*킹에서였다. 문과생이지만 IT기업 혹은 유관 업종에 종사해왔던 경험이 무색하리만큼 그 키오스크가 준 경험은 절망적이었다.


키오스크의 본질은 단순히 ‘비대면’일까?

아니면 인건비 절감일까? 혹은 궁극의 편의성을 고객 경험으로 제공해 브랜드 밸류를 끌어올리는 것일까? 아마도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은 고객 경험의 업그레이드를 꿈꿨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거기에 내 절망의 이유가 있었다.


점심 피크타임에 키오스크에 늘어선 줄은 대면 주문 때보다 훨씬 길었고,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 느렸다. 기기의 UI는 386 컴퓨터 CPU를 사용한 듯 느릿느릿 움직였고, 어지간히 젊은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주문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못했다. 기기 활용에 익숙지 못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키오스크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 큼직한 디스플레이를 이렇게 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재주다 싶다. 사람들은 이미 굉장히 뛰어난 스마트폰 앱의 UI/UX를 통해 한껏 눈높이를 높였다. 사이렌 오더류의 모바일 주문이 출시된 지 더 오래됐지만 수백 배 똑똑하다. 충분히 개인화할 수 컴퓨터가 사람들 손에 쥐어져 있는데, 멍청한 컴퓨터 한 대로 수백 명의 사람들을 상대하려는 구상이 바보 같다.


브랜드의 선결과제는 선명하다.


인건비 절약을 했다면(혹은 예상하고 있다면) UX나 상품의 퀄리티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직접 그것을 자주 활용하는 사람이 전권을 쥐고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다 해야 한다. 스스로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상위 결재권자의 니즈를 녹여 출시해 실패한 경우는 너~~~~ 무 너무 많다.



덧.

키오스크 얘기만 하다가 끝내려 했는데, 공영 주차요금 할인받을 목적으로 한 번 사용해 본 제*페이가 문득 떠올라서 적지 않을 수 없다. 신용카드 혹은 수많은 간편 결제들이 주는 편의성과 혜택 같은 본질을 현 상태의 제*페이는 절대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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