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쩌면 사라지거나 희석될 수 있는 경상북도 사투리 박제해 보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까지 대구에서 나왔다.
끝자락 X세대다. 다매체 시대를 살아오고 있지만 미디어가 몇 없던 시절도 살아봤다. 집안 어른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말투가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고, 나 또한 자유롭게 썼다.
대구는 경남부터 경북 북부까지, 영남권 곳곳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다. 타지 사람들이 듣기엔 다 같은 거친 사투리겠지만, 내 귀엔 스펙트럼이 다르다. 같은 경상도? 위도 경도별로 말투도 다르고 정서도 조금씩 다르다. 이런 디테일들이 10년 20년 뒤에도 남아있을까?
매체의 홍수 시대를 지나, 잘 때 빼고는 언제나 매체에 연결된 시대다. 매체가 사투리를 차용하는 경우는 극적 요소가 필요할 때뿐이다. 이른바 ‘표준어’, ‘서울말’이 중심에 있다. 로컬에 사는 사람들도 시간이 갈수록 지역의 ‘입 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아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향토사학자나 언어학자처럼 대단한 미션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나의 향수를 기록에 남길뿐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이 구사하는 사투리가 그럴싸해서 동기 부여가 됐다.
글로 보면 평범하지만, 로컬이 아니면 살리기 어려운 Intonation을 정확히 재현한 이런 장면들도 글을 쓰게 한 촉매다.
찾아보니 이성민 배우는 태생이 경북 봉화. 영주와 대구에서 오래 생활한 분이다. 짬에서 나오는 디테일이 확실히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