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혼자 나아가야 하는 때가 왔다.
고민이 있지만 누구도 당신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인생을 건 큰 결정을 앞두고 논의하고 조언을 구할 상대를 찾지만, 그들은 나의 고민을 저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길을 잃게 되고 자신감마저 떨어진다. 그 결과 담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립감으로 선택을 미뤄버리거나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건 어린 아이이자 학생의 사고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신호다.
당신의 기호가 뚜렷해질수록 당신의 상황은 점점 현재 집단의 평균(Standard)에서 벗어나게 된다. 오롯이 당신에게 적합한 행복을 얻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어린시절에 충실한 학생이었던 사람일수록 이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단순한 글을 써도, 거기에 채점해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 상태의 장점은 이미 존재하는 지식에 대한 습득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배우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도 크다. 그리고 정오답이 명확하여 가치 판단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정신적 스트레스도 적다.
다만 선생-제자 간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태도로는 결코 선생과 동등하거나 선생을 뛰어넘는 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칭찬(Validation) 없는 가시밭길
다음으로 오는 것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다. 때때로 타인은 우리의 열정에 대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라고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의 내면적인 동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다. 깊은 내면에 자리한 동기는 단순한 즐거움일 수 있고, 어떠한 결핍에 따른 결과물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시인 릴케는 당신에게 시평을 부탁한 젊은 시인에게 이렇게 답장한다.
당신은 당신의 시가 좋으냐고 내게 묻고 있습니다.
(...)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가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동민 옮김, 소담출판사, pp. 13-14
널리 알려진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틀린 내용이다. 개인의 열정과 내면의 동기는 때로 현재의 능력보다 중요하다. 왜냐면 능력마저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동양철학을 다루는 최진석 교수는 자신만의 고유한 자발성을 '욕망'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타인의 평가에서 오는 두려움, 고립감, 죄책감을 덜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자신의 욕망에 집중해야한다. 만약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면 서로의 욕망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로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