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아빠의 품이 그리워 찾았지만 돌아오는 건 더 이상 찾지 말라는 눈빛과 말투였다.
아빠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눈빛을 가득 담아 보냈던 2005년.
아빠라는 두 단어가 그토록 싫은 이유는 뭘까?
징그럽게도 아빠라는 두 단어는 진저리 치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던 아빠의 미움과 그리움
두 감정이 공존하면 할수록 아빠라는 두 단어가 남자라는 두 단어로 변해갔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 와서 보면 아빠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아빠 사랑이 뭔지 몰라 남자의 사랑까지 외면하며 뿌리치고 살았는지도..
그래서 그럴까? 인생이 굴곡지게 돌아가고 있었다.ㄹ
유난히도 힘들었던 2020년 9월.
남편과 별거를 정리하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려던 그때.
남편은 나와 아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곳에 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말았고 모질고 독하게 죗값을 치르고 있다. 사실을 알게 된 후 별거 1년은 무의미하게 돌아오고 말았다.
잠시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갖자고..
내가 너를 용서하는 그날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마음을 알아야 하는 거라고
집이 아닌 친정에서 지내겠노라고 선포했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없는 빈자리를 다른 여자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용서 두 단어가 힘들 정도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었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모든 화살은 나에게 돌아오는 건 분명한데..
내가 없는 빈자리가 길어지면 질수록 시가집 부모님의 화살은 더욱더 날카로울 거라는 걸 알기에 그 남자를 비난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곧 합치기로 한 날.
그 남자는 아주 큰 거짓말로 집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고 다른 여자와 몇 날 며칠을 즐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무장한 채 하고 싶은 말들을 시부모님에게 남자에게 쏟아냈다.
모녀에게 모질고 독하게 대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면 할수록 분노는 극에 달하고 말았다. 어떻게 나에게만 큰 고통을 주시는지 그저 웃고 즐기는 다른 이들이 부럽기만 했다.
그들 역시 '지옥 한 칸'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걸 잘 알면서도 여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시련의 고통이 컸다.
다 가진 것 같아 보이는 사람 역시도 '지옥 한 칸'을 가지고 있으니 위안을 삼자고 다짐했던 순간들.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혼돈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상상하고 꿈속에서 그리던 꿈이 조금씩 펼쳐지기 시작했다. 죄를 짓은 사람은 죗값을 치르느라 남 탓을 하며 지내고 있으리라.
더 이상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하며 자신을 반성하는 남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선고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멘털이 붕괴된 편지들이 올 때마다 가슴 저리게 아프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일은 다해주었기에 더 이상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그러나 그 남자는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것을 바라는 그 남자.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으로 부모님에게도 처자식에게도 버림받는 남자는 그곳에서 울부짖으며 애원하다 못해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은 버림받았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해 유난히 가을은 아름다웠다. 서글퍼지도록 아름다워 남자를 원망했다. 원망하는 마음속에는 남자가 불쌍한 생각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조금만 참지! 조금만 현명한 판단을 하지! 교도소를 벗어나면서부터 서글퍼진다. 마음을 다독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해. 원망과 분노가 가득한 이면에는 사랑이 존재했음을 께닫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누구를 미워하는 것은 마음속에 그 사람의 모습을 잊지 못하도록 새기는 일이라는 글을 읽은 후 그 남자를 용서하기로 다짐했다.
'너도 어쩔 수 없는 욕망과 이성에 끌린 거라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내 마음속에 자리잡지 말고 떠나라'라고 꼭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다.
내 앞에서 쉴 새 없이 그 남자 이야기를 늘어놓는 엄마에게도 더 이상 그 남자 말은 하지 말자고 운을 띄웠다.
분노가 섞인 말들은 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 거라고 그러니 손을 놓자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 남자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남자를 용서했으니 엄마도 그 남자를 용서하라고 딸을 위해서 손녀를 위해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곁에 없는 사람 미워하고 증오한들 그건 감정싸움이고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는 걸 엄마도 알고 있었다.
별거 일 년은 나에게는 더없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적으로 해냈다는 것만으로 별거 일 년은 소중하다.
그러나 그 남자는 별거 일 년 동안 하지 말아야 행동과 생각들로 스스로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우리 부부에게 별거는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는 득이지만 그 남자에게는 해가 되었다는 걸.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기를 바라는 신의 소리가 아녔을까?
결혼과 이혼, 재혼과 별거
그리고 남은 건 재판이혼뿐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은 꼭 해야 한다고... 그게 나에게 닥친 가혹하고 가혹한 벌이다.
아이가 자라 이해가 되는 그때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뭐가 정답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밤이 찾아오고 말았다.
아빠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내가 지금 아이에게 똑같이 대물림하고 있지 않은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