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쳐 일어난 아름다운 흔적
오늘은 엄마가 너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 그리고 그때의 작은 실수를 이야기해 주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엄마는 그날의 떨림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단다.
엄마는 초보 엄마가 아니었지만, 일곱 해 만에 다시 품에 안은 너는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어. 희미해져 버린 언니들의 출산 기억은 이미 먼 과거가 되었고, 양수가 터져 입원한 후 한참을, 기다려서야 네 얼굴을 마주한 그날은, 유난히 더디게 흘러갔지.
오후가 되어서야 간호사가 너를 데려와 엄마 품에 안겨 주었어.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픈 와중에도, 작은 네 얼굴을 보는 순간 고통은 스르르 잦아들었단다. ‘나 여기 있어.’하고 울던 넌 엄마 품에 닿자마자 조용히 그쳤어.
곧 간호사가 모유 수유를 권했고, 엄마는 준비된 마음으로 너를 품었어. 태어난 아기는 본능으로 젖을 물고 살아가려 하지. 너 역시 작은 입술을 꼭 다물고 힘껏 빨고 있었고,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엄마의 가슴을 울렸어.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지. 감격에 젖어 수유를 멈추지 못한 넌, 엄마의 품에서 땀에 젖어버렸어. 빈 젖을 한참 빨았다는 걸 안 간호사는 너를 안쓰럽게 보았을 때, 엄마는 깨달았단다. 넘쳐나는 사랑이 오히려 너를 힘들게 했다는 걸.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엄마의 작은 실수로 물들었어.
늦은 나이에, 병이 물들인 몸에 찾아와 준 기적 같은 너라서 엄마는 품에서 떼어내고 싶지 않았어. 그 집착 어린 사랑이 오히려 너를 지치게 한 거였지.
간호사는 곧장 너를 데리고 병실을 나가고, 그렇게 너와 나의 첫 만남은 엄마의 실수로 시작된 거야.
너는 정오를 넘어 태어나 잠시 엄마를 보고 난 후, 넌 엄마 곁으로 오지 않았어. 태변을 보지 않아 신생아실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에 그저 기다리기만 했어. 다음 날에서야 비로소 태변을 본 뒤 다시 엄마 곁으로 왔지. 하지만 그때조차 엄마는 모유가 돌지 않아 너를 온전히 품을 준비되지 않았어. 배고픔에 울던 너는 결국 간호사의 품에 안겨 다시 신생아실로 돌아갔단다.
병원에 머문 지 삼일째 되는 날, 엄마와 너는 함께 조리원으로 향했어. 그 길 위에서 엄마는 다짐했어. 다시 엄마가 된 오늘부터, 너를 지켜내겠다고, 너의 보호자로서 단단하고 지혜로운 부모가 되겠다고.
사랑에도 깊이가 있지. 남녀의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은 자식을 향한 사랑일 거야. 네가 태어난 순간, 엄마는 다시 알게 되었어.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무게가 어깨에 놓였다는 걸.
엄마는 생각했어. 할머니가 엄마에게 주었던 사랑보다, 두 언니에게 주었던 사랑보다, 너에게 꼭 맞는 사랑을 주어야겠다고, 엄마의 방식이 아닌, 네 속도에 발맞춘 사랑을
그래서 엄마는 너의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어. 너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오직 네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지. 언젠가는 또래와 발맞추어 달리게 될 걸 알기에, 엄마는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단다.
공부보다 먼저여야 할 건 인성이라고, 엄마는 믿어. 작은 손길을 내밀 줄 알고, 선생님의 부탁에 네가 가능한 만큼 응하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사람이 먼저 되어야 공부도 노는 것도 운동도 열심히 하거든.
엄마가 너를 품에 안았던 그 사랑으로, 네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마음에 사랑을 가득 품어 세상에 꽃비처럼 흩날릴 수 있기를.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서 너를 지지하고 응원할 거야.
가슴에 사랑이 가득하면 주위는 저절로 사랑으로 물든단다. 어디를 가든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 그런 어여쁜 네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넘치는 사랑은 때로 실수가 된다는 걸 엄마는 알아. 그래서 바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사랑을 주고받기를.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거야. 엄마는 너를 처음 품은 순간,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거센 파도가 태풍이 되어 몰아쳐도 두렵지 않았어. 네가 무서워하는 벌레를 맨손으로 잡는 엄마가 된 것처럼, 너를 키워내려면 엄마부터 단단해야 했으니까. 억척스러워 보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 모습이야.
엄마는 너를 처음 안았던 순간처럼, 앞으로도 매일 사랑으로 품을 거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처음처럼 너를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