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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xxun Mar 19. 2018

강원도 평창 선자령 백패킹

바람의 언덕에 오르다

동계 백패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곳 중의 하나 바로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여름 즈음에 트레킹으로 정상을 밝았고 눈이 온 뒤에 다시 오겟다고 꼭 다짐하고 있었던 곳 중의 하나였다. 3월 중순이 다가오자 서울, 경기권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고 겨울 내내 입고 다니던 패딩점퍼들도 점점 옷장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올해의 동계 백패킹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강원도는 아직 봄을 허락하고 싶어 하지 않았나 보다.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옷장 속에 정리해두었던 동계 장비를 다시 꺼내 들었다.



휴게소 초입부터 많은 눈이 쌓여 있다.
등산로 초입

선자령 등산로 초입에는 3월 중순이라는 날짜가 무색하게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하루 이틀 먼저 왔더라면 나무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표지판을 보면 눈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표지만 머리만 간신히 머리를 내민 것을 보니 그동안 꽤나 눈이 많아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명이것이 3월의 비주얼이란 말인가


이게 정말 3월에 만나는 풍경이란 말인가?

본격적으로 선자령 등산로 입구에 들어섰더니 눈이 더 많이 쌓여있는 것 같다. 바람의 언덕에 많은 눈이 쌓여 있을 것을 생각하니 오늘 산행이 더 기대가 된다.





선자령 초입을 지나면 정상 부근 바람의 언덕까지는 계속해서 숲길이 이어진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유독 추워 보인다.





숲길을 벗어나자 선자령의 상징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언덕 쪽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몸이 앞뒤 좌우로 휘청거린다. 모자를 감싸고돌던 바람이 얼굴에 닿자 매서운 한기가 느껴진다. 괜히 바람의 언덕이 아니다. 이 바람을 뚫고 쉘터를 구축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몰시간이 가까워져서 자칫하면 어둠 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피칭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였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정상부로 올라갔겠지만 혼자서는 무리하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는 아래쪽 숲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해가 거의 떨어질 때쯤 텐트를 피칭하고 쉘터를 구축했다. 해가 떨어진 뒤에 박지를 찾으려면 더욱 당황했을 텐데 무리하지 않고 숲 쪽으로 내려오길 잘한 것 같다.




텐트를 피칭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인 곳에서의 비박은 처음이다. 쌓인 눈을 파내고 텐트를 피칭했더니 높게 쌓인 눈이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이윽고 선자령에 밤이 찾아왔다. 바람의 언덕 아래쪽 숲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시내 쪽 불빛이 산속의 어둠을 밝히고 있다. 시내의 밝은 불빛 때문에 쏟아지는 별을 볼 수는 없었다.




눈은 많이 쌓여있지만 한겨울보다는 확실히 따뜻한 날씨다. 산속에서의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우모 바지까지 챙겨 왔더니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신발을 벗으면 발이 시린 건 여전하다.








선자령의 아침이 밝았다. 핫팩을 두 개 터트렸더니 침낭 안이 후끈후끈해서 답다고 느낄정도였다.밤사이에고 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텐트를 때렸고 나무 사이를 휘감는 소리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긴 겨울밤을 지나고 떠오르는 태양은 어찌나 반가운지. 새까만 어둠 속을 뚫고 올라오는 빛이 참 따스하다.





어제저녁 눈삽이 없어서 사이트 구축할 자리를 만드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누군가가 사이트를 구축하고 간 자리긴 했지만 니악을 피칭하기에는 자리가 좁아서 베른 테이블로 삽질을 했다. 허리가 어찌나 아프건지 다음 겨울에는 눈삽도 꼭 장만하리라.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텐트를 정리했다. 어제저녁 늦게 도착해서 선자령 바람의 언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선자령 바람개비를 보기 위해 다시 바람의 언덕 쪽으로 올라간다.









저 멀리 바람의 언덕의 상징인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얕은 능선길로 이어진 설경과 바람개비 때문에 언제부턴가 선량령의 눈꽃 산행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미세먼지를 제외하면 날씨가 아주 쾌청하다. 눈꽃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지만 선자령의 바람은 역시 만만치가 않다.





조금 더 위쪽 능선길에 올라가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온몸이 휘청휘청 거릴정도로 강풍이 분다. 똑바로 서있는 것조차도 힘이 든다. 처음 선자령에 올랐던 날 사진에서 느끼지 못했던 바람에 당황했던 기억이 났다.





바람이 눈 위에 그린 그림









몸이 휘 청거 릴 정도의 칼바람이 부는 곳이지만 이 풍경은 단번에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선자령 정상석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3월 중순이 다되어 가는 날짜에도 선자령은 아직 깊은 겨울을 간직하고 있다. 혹독하고 시린 바람도 이제는 3 계절이 지나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풀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고 있을 어느 날엔가는 오늘을 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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