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종일 비, 통화, 꿈 속의 카페

by 윤준가



종일 비가 내렸다. 어제는 그렇게 덥더니 오늘은 또 으슬으슬하다. 종잡을 수 없는 이 섬의 날씨. 간밤에는 요요무문이 나오는 꿈을 꿨다. 요요무문은 p언니의 카페다. 요요무문이 어느 건물의 10층에 있었는데 내가 찾아가자, 4층으로 옮겼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열심히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발목이 아파왔다. 발목은 실제로 아픈 중이니까 느낌이 아주 생생했다. 깨어나 '나는 요요무문에 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했다. 발목을 다친 뒤로 못 가봤다. 가서 바다를 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머무는 방에서 통화를 하면 자꾸만 말이 끊어진다. 통신 신호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다들 나랑 통화를 하고선 "너 진짜 시골에 있구나!"라고 한다. 오늘은 그나마 신호가 나은 마루에 나가 룸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막 아산에서 돌아온 참이다. 아산에 살고 있는 그의 형 내외 사이에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위로 두 아이는 아들인데 그 애들을 건사하느라 어머니도 가 계셨다. 룸메는 새로 태어난 아기도 보고 첫째 둘째 조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고 한다. 세세한 소식을 들으며 나도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날로 자라니까 한때의 어리고 귀여운 모습들을 어딘가 저장해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세 아이를 키울 형님이 걱정이 된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고 여유가 없을까 싶어 애닯다.

내가 통화를 하느라 마당이 보이는 곳에 서 있으니 고양이들이 야옹야옹거리며 차례로 다가와 뭐라고 한다. 별 반응을 안 보이자, 저만치 멀어져서 또 한참을 소리높여 야옹거린다. 왼손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오른손으로 간식을 꺼내 몇 개 주었더니 다들 만족하며 돌아간다. 역시 너희들 이걸 원했구나. 인간은 밥 주고 간식 주는 존재지, 아무렴.

아침 겸 점심으로 전복을 먹었다. 어제 유가 시내에 나가 동문시장에 들러 사왔다. 구워 먹을 요량이라고 하자, 아주 작은 전복을 추천해 주셨다고 한다. 15,000원 어치의 전복. 아침에 일어나 해감을 하려고 보니 워낙에 작아 오분자기 같기도 해서 오분자기와 전복의 차이점을 한참 찾아봤지만 잘 모르겠다. 요즘엔 오분자기가 귀해서 더 비싸다고 하니, 오분자기를 전복이라며 파는 일은 없겠지. 전복 해감은 식초물에 2-3분이면 된다고 유명 세프의 동영상이 알려줬다. 칫솔로 문질러 닦고 칼집을 내어 프라이팬에 구웠다. 너무 많이 굽지 않으려고 신경 썼더니 질기지도 않고 아주 잘 익었다. 껍데기는 익으면 절로 떨어진다. 참기름과 소금을 섞어 찍어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다음엔 해녀작업장에 가서 성게를 사와야지. 성게덮밥을 해먹읍시다.

새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관심사다. 국정을 제대로 되돌리려 애쓰고, 격의 없이 소탈한 모습에 다들 박수를 보낸다. 부디 우리도 끝까지 멋진 리더를 갖게 되길. 그래서 결국 모두의 일상이 되찾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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