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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Sep 19. 2022

공정하다는 착각

성공은 우연한 행운인가, 노력의 결과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센델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내가 가진 재능은 온전히 '내 몫'인가?

목소리, 외모, 아이큐, 손재주 등등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재능은 온전히 나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공부를 잘하고 손재주가 좋은 것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타고난 머리와 감각이 중요하며, 좋은 목소리와 외모는 내 노력으로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런 재능으로 사회적 부를 얻었다면? 그 과실은 온전히 내 몫인가?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행운의 결과이며, 재능을 후하게 보상하는 사회에서 산다면 그것도 역시 우연이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도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재능은 우연일 수 있지만 노력이 더해져야 성공도 가능한 것 아닌가?

 이에 20세기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말한다. 노력을 하려는 의지 자체도, 그러한 시도도 행복한 가정과 사회적 환경에 근거한 것이라고. 이에 경제철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또 말한다. 애당초 경제적 보상과 개인의 능력은 전혀 무관하며 연결 지을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고. 경제적 보상에 지나친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견이다.

 저자는 성공에는 우연과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하지만 승자는 성공을 본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동시에 패자는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는다. 이렇듯 능력주의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연대에 피해를 입힌다고 말한다.

 



이 책은 왜 능력주의를 왜 싫어하는 것일까?

부나 권력과 같은 희소한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사람의 재능, 노력 및 성취도를 평가하여 차등적으로 보상하는 것을 긍정하고 그러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능력주의의 사전적 의미이다. 언듯 보면 가장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공정하지 않은 환경 속에 능력주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불평등한 환경 속에서 능력주의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소위 가진 자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대물림한다. 또한 능력이 없다는 프레임을 씌워 누군가를 차별해도 되는 정당한 도구로 사용한다.

 학력주의가 그 연결선에 있다. 보통 학력이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뛰어난 학력과 현실적인 지혜는 그다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정치를 예시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존 F 케네디가 화려한 학력으로 내각을 꾸몄으나, 뛰어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쟁의 늪에 뛰어들고 말았다는 점이다.




100% 공정한 환경이라면, 능력대로 평가하는 게 이상적이지 않을까?

저자인 마이클 센델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능력주의는 단지 부와 특권의 이동성에 있지 평등에 있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치유하지 않고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저자는 공동체 관점에서 '능력'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구분하고 분류하는 것에 문제를 두고 있다. 서로 다른 삶의 영역을 사는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에 방향성을 두고 '연대'를 중요시함이 느껴졌다. 그는 사회적 상승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든 실패든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스스로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내적 갈등과 깨달음의 기록


처음엔 흥미로웠다. '성공의 윤리 의식'에 대해 이렇게나 깊고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니! '성공=나의 노력'이라며 단순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에게는 성공 윤리라는 단어부터 꽤 재미있는 자극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불만이 생겼다. 타고난 재능이 행운의 결과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니고서야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재능도 빛을 발하는 법인데 너무 개인의 노력을 깍아내리는 것은 아닌가? 또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경쟁이 사회적 연대에 피해를 입힌다는 의견은 너무 공동체에 치우친 사고방식은 아닌지, 자칫 전체주의로 흘러갈 수 있는 논리 기조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흥미로움이 흑화된 마음으로 마무리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 후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내용을 복기해보니 신기하게도 처음 읽을 때는 보지 못했던 작가의 생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저자의 의견을 '능력주의' 관점에서 해석했던 것 같다. 개선되어야 할 것은 '공정한 환경'이고, 경쟁은 사회를 살아가려면 필요한 기본 요소이기에 사회적 연대를 위해 경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사회>이다. 나는 이를 경쟁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고 해석했다. 하나의 기준으로 능력을 재단하는 경쟁 때문에 각자의 기준을 가진 사람들을 굳이 평가하고 패자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이 똑똑한 사람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 많이 느낀다. 경쟁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되,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사회적 연대도 잃지 않는 사회. 저자는 그런 관점에서 공동체를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엄청 어려운 내용의 책은 아니었는데..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 준 덕분에 독후감을 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을 한 번만 읽었다면 흑화된 마음으로 비판적인 시각에만 머물렀을 텐데, 책을 복기하며 생각을 더 깊게 한 끝에 얻은 깨달음이 독후감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생각 2가지는, 사람은 겸손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각자의 기준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면 된다는 점이다. 또한 문득 나 자신이 이토록 능력주의에 젖어있었다는 점도 깨닫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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