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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 Jan 11. 2021

How did I get there (2) - AfDB

Young Professional Program (YPP) 

AfDB


아프리카개발은행 - African Development Bank (AfDB). 아프리카 지역 내 54개국과 지역 외 member states들이 출자해 만들어진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MDB)로 아프리카의 주요 투자/개발금융기구 중 하나이다. (물론 우리는 "가장 중요한"이라 생각한다 ㅎㅎ) AfDB 조직이나 사업 방식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풀어보기로 하고 (이렇게 써야할 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글은 앞선 시리즈에 이어 "How did I get there"에 초점을 맞춰본다. 


Young Professional Program (YPP)로 입사하게 되었는데, YPP는 대부분 MDB (World Bank, Asian Development Bank 등등)에서 운영 중인 만 32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공채 프로그램으로 AfDB같은 경우는 한 번에 20-30명 정도를 선발한다. 원래는 매년 선발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회사는 2-3년에 한 번씩 드물게 선발을 진행해 왔다. 나이제한이 있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면 기회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물론 YPP로 들어오는 게 유일한 루트는 아니고 경력직으로도 공석 지원하여 충분히 입사가 가능하지만, YPP와 같은 structured program이 역설적으로 더 깔끔하게 (?)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YPP나 경력직 공석이나 경쟁률은 매한가지인데, 공석지원은 이미 시스템 내로 들어와 연관된 경력과 네트워크를 쌓은 수많은 사람들과 직접 경쟁을 하게 되고 (외부 지원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다른 지원자 중 나이도 많고 경력도 풍부한 사람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열세에 몰리기 쉽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경력직 공석은 굉장히 구체적인 job description을 바탕으로 거기 맞아 떨어지는 경력과 정확한 fit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력과 무관하게 내가 조금만 fit이 달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버리는 어려움이 있다. YPP와 같은 프로그램 하에서는 이런 단점들이 최소화되고, 따라서 외부에서 어떤 경력으로 지원하더라도 equal ground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그나마 보장되어 있다 볼 수 있다. 


그럼 YPP는 외적인 영향이나 압력 없이 순수 테스트 결과로만 선발하느냐? 외적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건 맞다고 보여짐. 그런데 이 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하나 들어가는데, 선발된 YPP 동기들을 보면 (우리 앞, 뒤 기수를 보더라도) geographical balance를 세심하게 고려함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즉 평균내어 보면 각 국가의 지분율과 비등한 숫자가 나온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AfDB 지분율 0.5%) 이 곳은 철저하게 자본권력의 논리로 돌아가는 금융기구이고, 결국 최종면접까지 올라온 사람들의 실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힘들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는 본인의 국적이라는 최종치트키(!)가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특정 국가출신만 무한정 뽑을 수는 없고, HR 입장에선 스태프들의 전체적인 국적 balance를 맞추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만큼 지분율에 비해 under-represented된 국가 출신을 더 선발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럼 지금 현재 한국인이 AfDB에 지원하면 유리하게 작용할까 그 반대일까? 내 견해로는 아직 한국인을 더 채용할 여지가 크다고 봄. 우리 지분이 적지만 한국인 직원 수는 그보다 더 적고, 우리 정부에서도 trust fund, co-financing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AfDB와 함께 추진 중이기에 회사에서도 한국을 꾸준히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YPP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선발과정


YPP 선발과정은 대부분 MDB에서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AfDB의 경우도 World Bank YPP 선발 시스템과 비슷하게 짜여져 있다. 특히 아래 설명할 Assessment Center 테스트 방식은 굉장히 유사하다고 알고 있음.


지원자격은 최소 3년 이상의 경력과 만 32세 이하의 나이. 대부분은 5년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박사학위를 소지한 경우가 많다 (동기 중에서는 lawyer도 몇 명 되었음). World Bank의 경우 YPP 입사자 중 박사학위자가 대다수라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경제 분야) AfDB는 박사학위 출신이 그리 많지는 않다. 사실 리서치 팀이 아닌 이상 대부분 부서의 업무가 실무 중심이라, 박사급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아주 크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지원부터 입사까지는 1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국제기구 채용은 한 명 뽑을때도 워낙 오래 걸리기로 유명한데, YPP처럼 수십 명을 한꺼번에 뽑는 프로그램는 어떨지 상상해보면 된다. 물론 이보다 훨씬 짧은 기간 내에 채용이 진행된 경우도 있는데, 우리 때는 회사 본부가 튀니지에서 코트디부아르로 옮겨오고 2015년 총재가 새로 선출되는 시기가 겹치면서 약간의 행정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원서 넣어놓고도 한참 잊어버리고 있다가, 튀니지로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이메일이 불쑥 프랑스어로 왔었다. (따로 사전 비디오 인터뷰는 없었음) 이메일이 오고 나서 한 달쯤 뒤 6월 말에 튀니지로 날아가 하루 종일 보는 인터뷰에 응했다. 이 때가 튀니지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 지나고 분위기가 어수선한 시기여서 정해준 호텔에서만 2박하고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면접/테스트도 호텔 내에서 진행). 참고로 튀니지는 지중해에 접한 정말 아름다운 나라로 가게 된다면 관광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추천한다.


다행히 호텔이 바닷가에 위치하여 지중해의 바람은 한 번 쐬고 돌아올 수 있었다


YPP assessment는 매일 8명씩 (영어팀 4명, 프랑스어팀 4명) 진행되는 방식으로 짜여져서 대략 한 달에 걸쳐 진행되었다. 약 100명 가까이 인터뷰에 초청되었다 들었다. 


첫 번째 순서는 개인면접. 세 분의 인터뷰 패널리스트과 함께했고, 내 경력분야와 일치하는 부서의 전문가 또는 management급 패널 두 분, HR 한 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면접은 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고, 시간이 길다보니 온갖 질문이 다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거 업무경험이나 전공분야에 관한 technical question (아주 어려운 질문은 없었음)부터 시작하여, 다수의 competency based question들까지. Competency based question이란 리더십, 팀워크, 윤리성, 커뮤니케이션, 갈등처리 능력 등 주로 soft skill을 탐색하고자 하는 질문들인데. 몇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주변에서 목격한 sexual harrassement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략 이런 비슷한 질문이었음), 사업 진행 중 수원국 장관으로부터 사업지역을 바꾸자는 압력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이 있었음. 두 번째 질문은 면접관이 나에게 집요하게 답을 요구해서 압박인터뷰의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영어팀 네 명이 모여 Assessment Center를 시작한다. 서류자료를 받아 숙지한 뒤 그룹토의를 거쳐 그룹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는 과정을 두 차례 거쳤다. 시험에 놓인 네 사람이 방 가운데 책상에 모여앉아 토의를 하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동안 면접관들이 방의 코너에 앉아서 우리를 관찰하는 식이었다. 이런 식의 평가가 처음이라서 신기하긴 했음. 토의주제 두 가지는, 1) 가상의 국가와 사업 상황에 대한 자료를 받고 SWOT analysis를 거쳐 전략 도출해내기 2) AfDB가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 과제 다섯 개 선정하기. 하다보면 과연 이걸로 어떻게 우리 넷 중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생기는 평가과정이었다 ㅎㅎ 

  

오전부터 개인인터뷰와 두 싸이클의 그룹토의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갈 때 즈음, 마지막 하나 할 일이 남았다고 HR 직원들이 우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오후 5시를 넘겨서도 우리는 지정된 컴퓨터에 앉아 45분동안 에세이 하나를 더 쓰고서야 방에 돌아갈 수 있었다. 에세이는, AfDB라는 기구가 임팩트를 내기 위해 어떤 innovation을 시도해야 하는가 뭐 이런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그램 운영 방식


YPP는 총 3년 과정으로 1년씩 3번의 rotation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다음 기수에서 rotation 방식에 조금 변화는 있었지만 대략의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규정상 2년을 마치고 난 뒤부터 본인과 fit이 맞는 부서를 찾고 부서에서도 동의하면 "졸업"을 할 수 있다. 졸업이란 프로그램을 마치고 그 위 등급으로 승진함을 의미한다. 처음 배치되는 부서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인터뷰 당시 추천된 부서들과 내 분야를 고려해 배정됨) 그 다음 rotation은 대부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런 flexibility가 YPP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원칙적으로는 처음 배치되는 부서로 돌아와 졸업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이는 실제로 강요되지는 않는 편이다. 


나는 African Natural Resource Center라는 부서에 처음 배정되어 반 년 넘게 일하다, New Deal on Energy taskforce라는 임시로 조성된 팀에 지원해 몇 달간 옮겨 일할 기회를 얻었었다. 두 번째 rotation은 Renewable Energy and Energy Efficiency 부서에서 시작했고, 2년을 마치고 운좋게 바로 졸업할 기회를 얻게 되어 세 번째 rotation 없이 같은 부서에서 지금도 쭉 일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세 번의 기회를 전부 다 쓰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현재 부서에서의 업무에 만족하고 있었고 이미 배우는 게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미련없이 잔류를 선택했다. 


이런 rotation 시스템은 정말 강력한 장점이 되는데, 서른을 넘긴 경력있는 신입(?)들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힐 수 있는 시간 자체가 YPP가 아니면 제공되지 않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다른 국제기구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유엔 JPO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유연한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다수의 YPP 참가자들은 이를 잘 활용해서 이전에 해 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업무를 익혀 아예 경력 전환/업그레이드를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나도 어느정도 그 덕을 본 게 사실이다. UNDP에서 환경 기후변화 관련 정부와 함께하는 grant 사업만 주로 다루다, AfDB로 옮겨 에너지 인프라 파이낸싱, 민간 금융, 펀드 투자 등 연관은 있지만 굉장히 다른 업무분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어, 다음 글에서는 AfDB가 무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어떤 사업을 하는가 풀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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