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물가와 조그마한 공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포텐.
kabelvåg, 카벨바그(보그?)에 도착했다. 이곳에 숙소를 정한 건 오직 1가지 이유. 유스 호스텔이 있어서.
여행 얘기 하기전에, 북극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우선 깊이 생각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북유럽의 물가가 비싸다 비싸다 비싸다 하는 얘기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특히 노르웨이는 북유럽중 최고를 자랑한다. 노르웨이에서도 오슬로, 베르겐등 주요 관광지는 남쪽 대도시(??)권에 있어 그래도 좀 비싸네... 수준이라면, 북극권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싸다. 시내 버스가 5-6000원이다. (1 nok = 120원 기준. 환율이 오르면 더 비싸질 수 있다.) 외식비는... 나중에 한 번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럽을 10번 정도 와봤지만, 한번도 한국음식을 들고 온 적이 없었는데, 북유럽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소문을 듣고, 또한 로포텐 제도는 음식 사먹을 곳이 별로 없다고 하여 혹시나 해서 햇반과 참치캔을 몇개 가져왔었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앞선 편에서도 잠깐 말했는데, 로포텐 제도, 북극권의 대중교통은 매우 불편하다. 하루에 2-3편 있는 버스가 전부. 숙소도 많이 비싸다. 호텔은 많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엄청 비싸다. 로포텐 제도의 로부어도 당연히 비싸다. 호스텔도 거의 없다. 그나마 에어비앤비가 대안인데 로포텐 제도엔 생각보다 많지 않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의 장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개인 교통을 이용해야 편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벨보그의 유스호스텔은 나같은 홀로 대중교통 이용 여행객에게는 한줄기 빛과 희망이 되는 곳이었다. 우선 유스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고추참치와 햇반으로 한끼 식사를 하고
간단히 산책을 하였다.
유스호스텔 앞에 있는 노오란 목재 교회가 인상적이었고
천천히 걸어가던 길에 있는 만년설 덮인 산과 바닷물, 그리고 하늘색이 이제는 익숙해 지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로포텐 제도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정말 부러웠다. 자전거를 끌고 이 곳에 올 수 있다니.
아 참고로 저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후 7-9시 사이이다. 정말 해가 지지않는 백야는 시간 감각을 잊게 만들었다.
잠을 잘때도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깨어도 해가 중천에 깨있는 경험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 로포텐 제도 3일째이자 이제 떠날 날 이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로포텐 제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다 보니 3일만에 로포텐 제도를 떠나는게 참으로 아쉬웠다.
카벨보그에서 버스로 약 20분내외가 걸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로포텐 제도의 중심 도시인 스볼베르가 있다. 이곳은 공항도 있고 크루즈 선도 멈추고 보되와의 쾌속선도 멈추는 등 나름 교통의 중심지이자 번화한 도시...
라기엔 약 5000여명밖에 살지 않는다.
스볼베르 관광안내센터에 짐을 맡기고 하이킹 할만한 곳을 물어보니 알려줘서 다녀와 봤다. (아 참고로 관광안내센터가 정말 잘 되어 있다. 친절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들려보는 것을 추천)
하이킹 가는 길엔 로포텐 제도의 주 산업인 대구. 대구 덕장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 지붕처럼 생긴 곳에 대구를 많이.. 정말 많이 걸어서 말린다. 저 갈색 지붕같은 것이 사실은 대구이다.
가는 길에는 북유럽 감성인지 타이어 미니언즈가 있었다.
스볼베르의 끝까지 가서 방파제와 등대도 보고
스볼베르 번화가 답게 지금까진 보지 못했던 고오급 호텔과 식당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런데는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점심을 위해 스볼베르 카페...라기 보단 빵집에 들어갔다.
나는 그냥 점심으로 빵 하나와 커피 한잔을 시켰을 뿐인데.
이 두개의 가격이... 75 nok (그때 환율로 9000원!). 캐리어에 들어있는 햇반과 고추참치가 그리워 졌었다.
어쨌든 빵과 커피에 9000원을 내는 호화로운 식사를 마치고. 관광안내소에서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가려는데....
공항까지 가는 시내 버스가... 30분이 지나도 안온다? 내가 혹시 몰라 20분 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지나갔나, 비행기 놓치면 이 비싼 곳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등등의 엄청난 걱정을 하며 정 안되겠다 싶어 콜 택시를 부르려는 찰나 (콜 택시 가격이 어마무시 해보였지만 비행기 놓치는 거 보다야)
버스가 왔다. 10분 거리를 가는데 다시 5000원을 내며 북유럽 대단하네... 그러고 있었는데
공항이라고 내려줬는데... 음...??????? 휑한 도로변이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면서 구글 지도를 켜고 보니 좀 걸어가면 공항이 있단다. 맞나 싶어 찻길을 따라 캐리어를 졸졸 끌고 갔는데...
(그래도 경치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이 부근에 도대체 어디에 활주로와 공항이 있는 것인가...)
스볼베르 공항이 나왔다...?
아니 지방의 시외버스 정류장도 이것보단 크겠다. 1시간쯤 전에도착했는데, 정말 텅텅 비어있었음. 비행기 시간 30분전이 되어서야 카운터를 열고, 수화물을 맡기고. 시외버스 대합실 같은 곳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조그마한 활주로가 있었는데, 진짜 이런 경치의 공항이라니. 멋있다. 하며 감탄하고 있다 보니
비행기가 왔다. 프롭기 귀염귀염!
스볼베르에 내리는 사람들이 내리고, 그 후에 바로 그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고속버스인줄 알았다. 심지어 마주보는 좌석배치.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온갖 신기한 경험을 하며, 짧았지만 체감상으론 길었던 로포텐을 떠난다. 아름다웠던 섬이여 안녕.
로포텐보다 더 윗쪽의 트롬쇠를 향해, 프롭기는 날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