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개발 조직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UX 개발 조직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2008년 여름,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어느덧 12년 차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전시, 스타트업, 대기업을 경험하면서 각기 다른 규모와 성격의 UX 개발 조직을 경험해보았다. 또한 같이 일했던 지인들이 다양한 곳으로 이직을 하면서 여러 조직들의 일하는 방식들을 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이 먹고 소통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래저래 귀동냥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 나는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해보면 크게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UX에이전시에서 이런 특성을 보인다.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장점 : 사용자 조사부터 데이터 분석, 문제 정의, 전략 도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진정한 UX 컨설턴트의 테크 트리를 탈 수 있다. 이런 조직의 경우 전체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양산 조직을 핸들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배우는 것도 많다.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 :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사용자 조사부터 데이터 분석, 문제 정의, 전략 도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위에서 장점으로 말한 부분이 역으로 보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모든 걸 완벽하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개개인이 잘하는 분야가 있는데 개인의 특성에 따라 업무 분배를 잘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망칠 수 있다.
인하우스 조직의 경우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가 안정화되어 있다. 새로운 기획을 하기 어렵다. 기존의 서비스를 마이너 하게 개선하거나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주로 한다.
장점 : 개발 과정이 루틴하기 때문에 개인 일정 관리가 가능하다.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꼼꼼하게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면 업무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 기획 업무와 비교하면 정신적 고통이 덜 할 수 있다. 체력 안배도 가능하다.
단점 : 개발팀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UI/GUI사양서가 업데이트되는 시점과 SW 개발 일정은 항상 충돌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출시일을 역산하여 일정을 산정하는데, 억울하게도 일정 압박을 받는 건 늘 UI/GUI조직이다. 힘들게 일정을 맞춰서 가이드를 배포하면 "UX가 안 나와서 개발 못했어요." 또는 "GUI리소스가 안 나와서 개발 못했어요"라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또한 양산 업무 패턴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기 계발의 기회가 줄어든다. 전체 UX 개발 프로세스의 일부만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UX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 조금 더 넓은 스펙트럼의 업무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세상에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와있다. 새로운 걸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바로 선행 조직이다.
장점 : 과정 자체는 재미있다. 사용자 조사도 하고 인사이트 발굴을 해서 개선 포인트를 찾아낸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새로운 컨셉을 제안한다. 머리가 말랑말랑해야 한다며 해외 출장을 가기도 하고 경쟁사 조사나 트렌드 리서치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걸 찾아 나선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단점 : 문제는 이런 선행 조직들이 대부분 힘이 없다는 것이다. 새롭게 제안한 아이디어가 빛을 보려면 제품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 양산 조직은 안정화에 힘쓰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제안하면 좋아할 리가 없다. 사실 양산 조직의 방어 논리는 나름 탄탄하다. 누구보다도 제품을 잘 알기 때문에 능숙하게 방어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진짜 보석인지,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 단 번에 구별할 수 있다. 개발 역사가 길고 히스토리가 많은 플랫폼이라면 정말 논리적으로 잘 준비해서 대응을 해야 한다.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 조직이라면, 리서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 조사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다. 조사 설계 과정에도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현장 조사/대면 인터뷰에도 스킬이 필요하다. 조사 데이터 분석은 또 다른 세상이다. 전문적인 조사 활동을 통해 서비스 현황을 들여다 보고, 개선 포인트를 발굴하여 서비스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장점 : 특정 프로세스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사용자와의 접점에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UX 디자이너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다.
단점 : Researcher로만 남기에는 UX 디자인의 영역이 너무 넓지 않은가!
업종 자체가 IT서비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많다. UX 디자이너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업종들도 있다. 그런 기업들도 내부 인트라넷망이나 자체 설비를 위한 플랫폼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플랫폼 개발을 위한 IT부서가 존재한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도 없고, 치열한 개발업무도 필요 없는 조직이다. 그러나 UX에 귀천이 어디 있으랴. 거기에도 사용자가 있고 개선할 것들이 있을 테니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업에서 플랫폼 개선의 니즈가 적으니 신선한 업무를 경험하기가 힘들 수 있다.
크게 5가지 조직 유형에 대해서 짧게 분석해 보았다. 위 내용은 필자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유형이다. 실제로는 필자가 경험하지 못한 유형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위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조직 유형을 발견하면 내용을 추가할 생각이다. (혹, 다른 유형에 대한 정보를 주시면 내용 참고하여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테크 트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지', '다른 회사는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 '앞으로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