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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Oct 17. 2021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X 디자인 노하우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의 UX 설계 경험을 중심으로

필자는 [아무도 관심 없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UX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서, UX 디자인 업계에서는 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관심이 없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필자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자인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제네시스 홈페이지 

필자는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 GV80/GV70/G80에 탑재된 고급형6세대 플랫폼의 UX 설계와 UI 디자인을 담당하였습니다. 2017년 2월에 개발에 착수하여 2020년 1월에 제네시스 GV80이 처음 양산되었고, 뒤를 이어서 G80, GV70까지 양산하였습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자동차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등의 UX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사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참고: 보안을 고려하여 세부적인 사양보다는 개괄적인 내용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포테인먼트 UX 디자인이 매력적인 이유

저는 pxd라는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스타트업에서는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보았습니다. 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전에 경험했던 프로젝트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주행 상황+하드키를 고려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제네시스 홈페이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 안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입니다. 스마트폰처럼 손에 쥐고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아닙니다. 사용자는 시트에 착석한 상태에서 팔을 길게 뻗어 터치 스크린을 조작합니다. 또한 주행(Driving)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됩니다. 안전을 위해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차를 제어해야 합니다. 즉, 공간과 주행 상황을 고려한 입체적인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맥락(Context)만 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안을 고려하여 숫자나 데이터로 이야기하지 않고 개괄적인 특성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 물리적인 공간을 고려한 UX 설계


1) 신체 동작 반경에 따른 정보 우선순위 설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아닙니다. 대시 보드라고 불리는 공간에 고정되어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입니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있고 팔을 길게 뻗어서 터치스크린을 조작합니다. 따라서 신체 반경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크게 3가지 정도를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리적인 거리에 따른 정보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서 가까운 지점에 메인 정보를 배치하고 반대 지점에는 멀티 태스킹에 필요한 정보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흔들리는 차량의 특성을 고려하여 터치 영역을 최대한 크게 확보하는 것입니다. 차량은 상하/좌우 반동이 모두 일어날 수 있습니다. 터치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사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터치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차량 인테리어 구조에 맞는 화면 설계를 해야합니다. 대시보드 형상에 따라 터치 음영 지역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시보드 바닥이 위로 올라와 있으면 손바닥이 걸려서 화면 하단의 버튼을 누르기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버튼 위치를 변경하거나 크기를 조정하는 등의 설계 변경이 필요합니다. 


2) 외부 환경/외부 조명에 따른 시인성 확보

외부 조명에 영향을 많이 받는 환경적 특성

자동차 내부는 실내 공간이기도 하지만 외부 조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환경 조건 속에서도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간에는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주행 중인 경우 조명의 강도나 조사각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런 경우 정보의 시인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즉 외부 조명에도 시인성을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배경과 오브젝트의 대비를 크게 하거나 포인트 컬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야간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화면의 눈부심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조도에 따라서 화면의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긴 합니다만, 디자인으로 보완을 해야 사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얼비침도 사용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디스플레이 글라스의 특성 때문에 빛이 반사되거나 얼비침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 조명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유지하는 게 매우 힘듭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시인성을 확보하면서 화면을 뚫고 나오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마냥 예쁘고 보기 좋은 디자인을 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3) 시야각을 고려한 화면 설계

요즘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장착한 차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확인해야 하는 정보의 루트가 늘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운전자는 전방 윈드실드에 표시된 HUD를 보고, 스티어링 휠(운전대) 뒤편에 있는 클러스터도 보고,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도 봐야 합니다. 이때는 정보가 중복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분산 배치를 해야 합니다. '속도 제한 경고 아이콘'을 세 군데에 표시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또한 상하/좌우 시선의 이동 범위를 고려하여 정보를 배치해야 합니다. 운전 중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어느 지점까지 허용 가능한지? 좌우 시야각의 적정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정보 인지가 가능한 시야각을 고려하여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2. 주행 중인 맥락을 고려한 UX 설계


1) 짧은 순간에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디자인

주행 중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화면을 봐야 합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선을 이동시켰을 때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때문에 짧은 순간에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텍스트나 이미지 오브젝트가 그 대상입니다. 색상 대비를 크게 가져간다거나 최적화된 크기를 찾아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운 디자인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세련되면서 촌스럽지 않은 경계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 동작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작을 하기 때문에 이벤트에 대한 피드백이 명확해야 합니다.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하고 사운드나 햅틱 효과를 통해 입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3) 물리적인 조작감을 제공하는 하드키 활용

디스플레이가 전부인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자동차에는 다양한 스위치를 제공합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다양한 조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하드키와의 연동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드키를 잘 활용하면 거리가 떨어진 약점을 극복할 수 있고 사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운전석 주변에 있는 버튼을 줄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최소한의 사용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하드키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하드키를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디자인하면 고급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주행 규제에 따른 이용 제한

주행 규제는 자동차에만 있는 특이 사양입니다. 주행 중일 때 운전에 방해가 되는 동작/화면들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법규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법규는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기능에 차이를 두기도 합니다. 북미의 경우 특정 기능의 메뉴 진입 자체를 막기도 하고, 드래그 동작 같은 복잡한 조작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5) 음성인식 기능의 활용

음성인식을 통한 제어 기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늘 음성으로 입력합니다. 키패드를 눌러서 입력하지 않습니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양재역 안내해줘"라고 하면 양재역에 대한 주소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길 안내뿐만이 아닙니다. 차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실내 온도를 조작하거나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음성인식을 이용하면 별도의 조작 없이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하드키 연동을 활용한 UX 설계


1) 스티어링 휠 스위치 연동

운전자가 자동차 안에서 가장 쉽게 만져볼 수 있는 하드키는 스티어링 휠 스위치입니다. 차 안의 리모컨 같은 존재입니다. 스티어링 휠 좌우에 배치된 스위치를 활용하면 차량 제어, 멀티미디어 제어, 편의 기능 등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주행 중에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동선을 고려한 버튼 배열이나 물리적인 조작감이 사용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2) 센터패시아/콘솔 스위치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센터패시아 버튼이나 콘솔부에 위치한 스위치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로 핫키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핵심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핵심 기능으로 접근하는 퀵 버튼 역할을 하고, 공조 제어, 차량 제어(카메라, 기어 변속) 등의 역할을 합니다. 숨겨진 기능으로 '버튼 길게 누르기'를 통한 추가 기능을 제공한다거나, '사용자 맞춤 버튼'을 제공해서 내가 원하는 기능을 설정해놓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3) 통합 컨트롤러 

제네시스 GV80 통합 컨트롤러

마지막으로 통합 컨트롤러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하는 리모컨의 역할을 합니다. PC의 마우스 같은 역할입니다. 컨트롤러의 형태에 따라 조작 방식이 달라지겠지만, 화면 내 포커스를 이동하거나 여러 동작을 제어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컨트롤러를 활용하면 주행 중에 전방 주시를 하면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터치패드를 제공하는 경우 필기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데, 텍스트 입력이나 패스워드 입력을 받아주고 플리킹/드래그 등을 활용한 화면 탐색이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완성차 업체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플랫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iOS나 Android 같은 '절대 강자'는 없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모바일과 연동되면서 더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디지털 클러스터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더 강력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함께 더 고도화된 형태로 진화할 것입니다. 연구 자료들이 더 많아지고 UX 전문가들의 교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 같이 고민해봐요!


마지막으로 제네시스 고급형6세대 플랫폼 개발 히스토리를 담은 영상 하나를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영상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공식 채널  



연관 글: [아무도 관심 없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UX 이야기]



필자 소개: pxd에서 UX 컨설팅을 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고급형6세대 플랫폼)의 UX/GUI PM으로 활동함(GV80/GV70/G80양산). 현재(21년 10월)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42dot에서 UX 디자이너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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