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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우 Dec 11. 2015

냉정과 열정사이 -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

기업과 고객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유

친구 간에도 애인 간에도 모든 사람과의 관계는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9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이마에 번쩍거리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장교로서 첫 발을 내딛기 위해 부임지로 향했다. 12월의 GOP... 지프차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철책 너머는 최전방이라는 긴장감보다는 마치 반세기 동안 때 묻지 않은 휴양림과 같다. 간간이 들려오는 초병의 경례 소리와 웽웽 울려 알아들을 수 없는 대남방송으로 GOP라는 것을 실감할 뿐이다. 그러나 막사가 다가올수록 소대원과의 첫 만남으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내무반을 들어서기 전, 나는 소대원에게 어떻게 보이길 바랬을까? 마치 맞춘 듯이 딱 맞는 줄 잡힌 전투복, 반짝이는 전투화, 로봇과 같은 제식동작.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위엄 있는 목소리, 자신감 넘치는 눈빛, 신뢰감을 주는 취임사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면 소대원은 당시 어떻게 느꼈을까? 내가 의도한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성공일 것이다. 나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있을 것이며, 소대 운영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헐거운 전투복, 억지로 연출한 제식동작, 긴장한 듯한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동자, 교범을 베낀듯한 취임사, 학사장교 출신이라 기대되는 빠진 군기... 이렇게 느꼈다면? 아마도 소대장 내내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위 '뺑이'를 쳤을지 모른다.

자랑스러운 임관의 상징이지만 자대에서는 백번이고 떼버리고 싶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고객에게 연상시키고자 하는 브랜드의
계획된 연상과 의미 그리고 상징의 집합이며,
 브랜드 이미지는 고객이 느끼는 브랜드에 대한 연상들의 집합이다.


내가 소대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는  만들어졌다. 전날 밤새 전투복을 다리고, 전투화를 문질렀다. 머릿속에서는 걸음걸이까지 세가며 제식을 떠올렸고, 가슴 주머니에서 안에 접혀있는 취임사를 연신 꺼내 외우고 또 외웠다. 그리고, 취임사에 적혀있는 대로 소대를 지휘하겠노라 다짐을 했다.


내가 소대원에게 비치길 바라는 모습을 생각하고 준비한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고객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게 하는 것들을 일컬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이는 곧 브랜드의  성향, 목표, 의미를 나타낸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전략적으로 기획되어지며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지향적이다. 그래서 단기적이기보다는 영구적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반영한다. 또한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객과의 약속을 포함한다.

또한 상품의 카테고리, 특징, 품질, 사용경험 등(제품으로서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특징이나 지역(조직으로서의 브랜드), 브랜드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거나 신뢰감을 가지는 가지는 것과 같은 감정적인 관계(사람으로서의 브랜드), BI나 CI 같은 상징물이나 기업의 전통(상징으로서의 브랜드)등 을 총체적으로 망라한다. (데이비드 A. 아커 <브랜드 경영> 참조)

기업은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가치제안을 통해 고객과 관계를 이끌어 낸다.

(가치제안 관련 내용은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brunchv0py/4


소대원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옷차림, 행동, 말하는 톤, 인상 등을 보고 어느 정도 가늠했을 것이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로 고객은 상품 속성, 혜택, 상대적 가격, 명성, 라이프스타일, 개성, 경쟁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에 대한 특징 연상하게 되는데 이러한 연상의 합이 브랜드 이미지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며,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결과다.

난타로 유명한 PMC프로덕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추해볼 때, 제작면에서 외국인도 공감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연출 고객과의 관계면에서는 한류를 대표하는 공연 혹은 외국인에게 한국적 정서를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또한 같다면 브랜드 아이덴티에 맞는 공연 제작과 더불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브랜드 이미지로 굳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는 서로 간극을 나타난다.

내가 소대원에게 비치길 원했던 모습이 아닌 가식적인 모습으로 비쳤다면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외형적인 모습과 행동의 변화를 꾀하고 나아가서 취임사에서 말했던 내용을  지키기 위한 계획도 세운다. 때론 포상휴가나 회식 따위로 환심을  사려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의 교집합을 넓혀가면서 기업과 고객 간의 간극을 줄여가며 일치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이는 곧 내부적으로는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가치제안을 통하여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활동이다.







공연기획사 중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말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몇몇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고객과 소통을  했다기보다는 오랜 공연을 통해서 굳혀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전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오히려 좋은 결과이다.)

관객은 과거 4대 뮤지컬로 대변되는 라이선스 공연이나 내한공연에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관람객의 다양성과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곧 우리의 정서를 반영하고 차별화된 제작을 주도한 공연기획사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관객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커녕 공연기획사 이름조차 모른다.  (물론 공연 자체를 브랜딩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말은 곧 모든 공연 하나하나를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각각의 작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해서 작품 간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다.)

이제는 공연기획사의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작품에 녹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보답할 것이다.

머지않아 관객이 작품을 선택하기 전 공연기획사가 어딘지를 먼저 살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믿고 보는 OOO기획사'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이 원작인 '냉정과 열정사이' 중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


준세이와 아오이는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돌고 돌아 피렌체 두오모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비록 긴 시간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았지만 사랑은 그 긴 시간을 무색하게 하며  그때의 감정을 살아나게 한다.

사람의 감정은 참 복잡 미묘하다. 사랑만 있으면 모두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작은 오해로 헤어지고,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또는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못 보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이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찌 보면 서로 잘 알아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게 하는 출발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과정은 서로의 내면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는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종종 고객의 믿음을 져버린다. 허울 좋은 문구, 실현 불가능한 가치, 경쟁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목표와 같이 잠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들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말한다.

진정성의 결여는 고객이 가장 먼저 알 것이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만들어 입으로 입으로 전해진다. 냉정과 열정사이만큼이나 큰 기업과 고객의 사이는 진정성만이 메꿀수 있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기업만이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타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힘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냉정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당신을 알고 싶게 하며,
미래에도 당신의 고객이길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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