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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우 Dec 06. 2015

너와 나의 연결고리, 브랜드 가치제안

우리 공연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 마케터를 위해...

그때 그 맛이 안나...


아버지께서 순대국밥을 한 술 뜨시다 말고 한 마디 하신다.  그때  그 맛?

혀끝에서 느끼는 오미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여서 말씀하시는 것은 아닐 테다.

그 맛이란 감각기관이 느끼는 것이 아닌 게 분명하다.

'젊은 시절 기름 범벅된 옷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짧은 휴식과 함께한 국밥'

'못 입고 못 먹던 시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던 한 그릇 국밥'

을 떠올리신지는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맛이야 지금이 못할리야 없겠지만  '그때' 먹었던 '꿀맛'같은 순대국밥에는 못 미쳤으리라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순대국밥을 마주한 나에게는 허기진 배나 채우는 싸구려 음식일지는 모르지만, 당신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음식일 것이다. 아니, 사골과 순대로 이루어진 음식이 아닌 감정을 대변하는 매개체이다.

당신은 아마도  때 그 시절이 생각나면 순대국밥집을 향할 것이다. 혹은 순대국밥을 먹을 때면 어김없이 그때 그 시절이 떠 올릴지 모른다.

우리는 곧잘 사람이 아닌 물건에 감정을 느끼곤 한다. 감정이 없는 사람을 냉혈한 이라며 며 금수 취급을 하듯 반대로  물건에 감정을 담으면 생명력을 가진다.

감정을 느끼는 브랜드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낸다.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 경영'에서 다음과 같이 가치제안에 대해 말했다.

브랜드 가치 제안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주는 기능적이고, 정서적이며, 자아표현적인 편익을 말한다. 효율적인 가치 제안은 고객 관계를 만들어내고 구매를 결정하게 한다.

브랜드의 가치제안을 세 가지로 정의를 했는데

먼저 기능적 편익이란 상품의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가령 '뜯기 쉬운 커피믹스', '간편한 결제를 제공하는 오픈마켓', '수납공간이 많은 점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기능적인 편익은 한계가 있는데, 따라 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기술적 차이가 거의 없는 요즘 고객이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따라했다고? 아침만 잘 깨우면 되지 왠 오지랖?  <미투전략: 경쟁사의 선점을 견제하거나 선점 상품에 편승하여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정서적 편익과 자아표현적 편익을 제품의 속성에 반영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기능적인 속성을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먼저 정서적인 편익은 고객이 상품에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상에서도 정서적인 편익을 내세운 상품은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자면  '파리의 세련됨을 느끼는 탄산수', '마시면 10년은 젊어지는 느낌의 자양강장제', '부모 같은 마음을 가진 이유식'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기능적인 편익을 강조한 '탄산을 5% 더 첨가한 탄산수', '카페인이 2배 더 들어 있는 자양강장제', '최신식 설비에서 만들어진 이유식' 보다는 고객의 마음에 더 와 닿는다.

일반적으로 기능적인 편익과 정서적인 편익이 결합이 되었을 때 브랜드의 힘은 더 커진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깨끗한 최신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이유식'이라고 하면 보다 신뢰감이 들지 않는가?

선생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담양산 대나무 회초리 (풀 스윙은 기본!)

마지막으로 자아표현적인 편익은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는 만년필',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느낌을 주는 운동화', '스마트한 쇼퍼가 되게 하는 해외직구 사이트' 같은 것들이다.

정서적 편익과 자아표현적인 편익은  관계가 있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전자가 보편적인 것이라면 후자는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샴푸만 바꿨을 뿐인데 라이온의 피가 샘솟는 군! 크르렁 오옹~




공연은 일반 상품과 달리 정서적인 편익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객은 정서적인 편익을 찾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기획사 역시 이러한 면을 부각하기 위해  '추운 겨울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연', '요절 복통하는 코미디 뮤지컬', '힘든 당신을 힐링하는  연극'과 같은 슬로건을 내세운다.

뮤지컬 '빨래'는 몽골청년 솔롱고와 강원도 아가씨인 나영의 이야기인데.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달동네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는 서울살이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던 뮤지컬이기도 하다. 감정 따위는 군입대와 함께 버린 줄 알았는데...  그때는 그랬다. 늦은 나이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서울에서 공연판에 어떻게든 몸을 담아보겠다고 반지하단칸방에서 버티고 버틴 나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다.  비록 2시간 남짓의 공연이지만 지난날을 기억나게 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뮤지컬 빨래는 나에게 힘겨웠던 나를 감싸주는 따뜻한 뮤지컬이다.'
그 뒤로 두세 번을 더 공연장을 찾았고, 공연 추천을 요청하면 어김없이 빨래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뮤지컬 빨래 이후로 대형 뮤지컬 보다 대학로를 더 자주 찾게 되었다. <출처: 뮤지컬 빨래>

공연을 보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문제는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만 한다면 의도했던 감동과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좀처럼 요지부동이다.


그 이유를 일반 소비재와 차이점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소비재의 경우 일상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정서를 느끼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공연은 관람 빈도가 너무 낮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 한 번 이상 보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지인을 통해 확인 결과, 재관람이 아주 많다고 명성이 자자한 스테디셀러 공연임에도 1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관객과 소통하는 채널이 한정적이다. 마음을 혹하게 하는 CF도 TV를 포함한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없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가치제안을 전달하기기 쉽지 않다

또한 한 달 많게는 서너 달 정도의 짧은 공연기간으로 관객을 접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대형 공연은 스타 캐스팅이나 해외에서  인정받은 라이선스 같은 이슈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매출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가치제안을 강조하기보다는 속칭 '티켓 밀어내기'를 위해 가격 할인 위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으로는

이미 관람한 관객의 감정을  전이시켜야 한다.


친구끼리 혹은 커플끼리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은 그때의 감동의 여운을 서로 나눈다. 잠을 잘 때도 눈에 그 무대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이런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은 블로그나 페북 또는 예매처 후기란에 표현하기도 하고 주변에 추천을 하기도 한다. 생생한 공연의 감동이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간접경험은 곧 관객에게 전달되어 공연의 스토리, 특징 같은 기능적인 편익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서적 편익을 받을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인 정성진님께서 후기의 대한 논문을 쓰신 걸로 안다. 이에 댓글로 보완해주시길 기대한다^^)

정성진님께서 글을 올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musicalbank/11


주체할 수 없는 이 감동, 당장 받아랏! <출처:무한도전>


꾸준히 일관적으로 가치제안을 가져가야 한다.


앞서 일반 소비재와의 차이점으로 짧은 공연기간을 말했는데, 제작을 할 때는 초연이 목표가 아니다 여느 공연이 그렇듯이 10년 20년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매년 달라지는 슬로건, 달라진 포스터 심지어 제목까지 바꾸기도 한다. 매년 초연을 올린다는 마음의 다짐이라면 마음으로만 가져가자. 물론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그것일 반영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문제를 관객과 직접적인 소통하는 외적인 부분에서 찾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우리 공연이 가지는 우월하거나 차별되는 가치제안이라면 뚝심있게 밀고나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잦은 변화는 당신의 공연을 언제나 초연이라 느낄 것이다.

나란 남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두 가지의 해법을 얘기했는데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SNS의 영향력이 어마 무시해진 것에 있다. 광고를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필요도 일정을 조율할 필요도 콘텐트 가이드라인을 지킬 필요도 없다. 일 년 내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관객을 만날  수가 있다.


감정을 느끼는 브랜드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낸다.


가치제안은 예매를 이끌어 내게 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당신은 가치제안을 하고 관객은 받아들이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남을 것인가? 또한 하루 대략 200개가 공연되어 시장에서 과연 유일무이한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해답과 연장선상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관객과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치제안을 통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잠재적인 시장을 개척했다면 나아가서 직접적인 연결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쯤 되면 관객이 아닌 '팬', '로열티 고객' 등으로 통칭되는 동반자적 성격으로 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관계를 형성하다는 것은 비약적으로 표현하다면 관객이 상품이 아닌 친구와 같은 인격체로 대한다고 할 수 있다.

송승환으로 대표되는 PMC 어린이 공연의 신뢰, 한류문화의 대표주자인 난타, 우리나라의 역사를 재조명으로 존경받을 만한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주연 캐스팅까지 영향을 미치는 프로듀서 같은 공연 커뮤니티' 같은 경우 공연의 가치 이상으로 확장되어 신뢰, 대표성, 존경, 동반자과 같이 관객과의 관계로 발전된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공연 전, 중에 이루어지는 몇 개월의 마케팅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브랜드로써 관리되어져야 한다. (이 말을 기획사 대표가 좋아합니다)

사람되기 쉽지 않다...3년은 버텨야...


가치제안은 당신의 공연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소통과 연결은 관객을 당신 공연의 일부로 만들 것이다.




필자의 <로열티 마케팅, 떠나지 않는 고객의 비밀>에서 로열티 고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기를... 책 구매는 예ㅅ 아 아닙니다.)

1. 오랫동안 고객으로 머문다

2. 더 많이 구매한다.

3. 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연 개개가 아닌 극단, 기획사에 대한 로열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연우무대와 같은 극단이 그립다.

4. 고객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끌어들인다.

5. 기업에 많은 정보를 준다.

로열티 고객은 고객이 아니라 관리하고 대우해줘야 할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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