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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marenvento Jun 16. 2023

나를 위한 책

어린 시절 문학을 좋아했다. 인생을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저 시와 소설이 좋았다. 아마 마음속에 숨겨둔 감정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꺼내보는 서사를 좋아했던 것 같다. 책 읽기가 변한 건 대학원 입학 즈음으로 기억한다. 간절히 원했지만 호흡을 맞추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 그렇게 나름의 생존을 위해 정보를 위한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의미 있는 노력이었고 논문을 쓰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지난달에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법 어려운 책들이 모인 서고 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읽으려고 했던 걸까?' 이유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생각.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제법 무거웠다. 잠시 숨을 골랐다. 그 후 발길을 옮겨 소설책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저 눈길이 닿는 책 몇 권을 가지고 왔다. 


기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절반 정도의 페이지를 넘겼다.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 더 기차가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새벽 기차에서도 책을 꼭 쥐고 있었다. 모두가 잠들고 나만 홀로 남아 있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그때 새삼 생각했다. '아,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뭔가 조금은 마르고 아무도 찾지 않았던 땅에 비가 내리고 조금 더 몽글몽글해진 그곳에 조심스레 새싹이 고개를 내미려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를 위한 책을 다시금 발견한 기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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