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
- Hippocrates
채식에 대한 유명한 글이 있다. 위에 적혀있는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의 글이 대표적이다. 음식이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글귀도 있다. We are what we eat. 쉽게 말해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별다른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며칠 전 강의를 들었다. 모 대학의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다. 주제는 의사소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강의 중에 'we are what we eat.'이라는 문장이 나왔다. 익숙한 글이었지만 사용하는 범례가 사뭇 낯설었다. 교수님의 주장은 이렇다. 이 문장의 본래 뜻은 우리가 의복을 단정하게 하듯 음식이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처럼 식단을 강조하는 오역이 널리 성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론 교수님처럼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일례로 한 학생이 외국인 기숙사에서 낯선 친구에게 "Who are you?"라고 묻는 대신 실수로 'What are you?"라고 말해서 큰 싸움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먹는 무언가가 우리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일면 수긍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을 오역이라고 쉽게 단정하기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
결론은 모르겠다. 왠지 모를 열정으로 블로그부터 논문까지 살펴봤다. 그럼에도 오역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결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음식이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는 해석이 오히려 오역에 가깝지만 역시 그것도 확실한 근거가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내가 좋아하는 해석에 귀를 기울여볼 생각이다. 우리가 음식으로 누군가를 판단한다면, 누군가의 말을 빌려 이 세상이 눈물 한 모금만큼 슬퍼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공부
we are what we eat: how food is represented in our mind/brain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3758/s13423-015-09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