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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Oct 14. 2020

찬란한 20대

20대 친구, 사랑, 공부, 취업준비, 취업 그리고 결혼까지 모든 게 이루어진 나이. 내 인생 최초의 성인이자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 찬란했던 20대는 50% 이상이 사랑 그리고 연애로 채워졌다. 



연애를 TV로 배웠어요 


남녀 커플을 맺어주거나 남녀 연애사를 이야기하는 TV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생긴다. 1994년 사랑의 스튜디오, 2002년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2011년 짝, 2013년 마녀사냥, 2017년 하트 시그널, 2018년 연애의 참견 등. 이외에도 연예인들끼리 가상 결혼을 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최고의 사랑', '아찔한 사돈 연습' 등도 있다. 

가상 연애의 데이트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여자는 자기에게 배려를 해주는 남자에 더 끌려한다. 이런 방송을 보고 연애를 배워서 그런지 나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인생 첫 연애는 실패라고 자부하는 나는 그 이후 나를 많이 배려해주는 남자를 만나겠다고 다짐한다. TV 속 남자들을 보며 더욱 그 생각이 확고해졌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는 그렇게 매너가 좋을 수 없다.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저런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구나를 배웠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호감인가 착각하기도 했다. 춥다고 하면 겉옷을 벗어주던 동기는 순수한 매너로 나를 배려해주었고, 술 취한 나를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던 선배는 선배로서 후배를 챙기는 배려였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일이면 그게 아니라는 것 쯤음 알 수 있었다.


다행인지 첫 연애를 제외하고는 TV에서 배운 대로 자상한 남자들을 만나고 그중 한 명과 결혼을 한다. 


남자 셋 여자 셋 


남자 셋 여자 셋 드라마가 한참 유행했다. 1996년 시작해 1999년까지 방영한 남자 대학생 3명과 여자 대학생 3명이 주역으로 나오는 시트콤이었다. 남자 셋 여자 셋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잔잔한 대학생활 에피소드를 보며 대학생활을 꿈꾸었다. 


나의 마지막 대학생 시절, 나와 친한 여자 친구 두 명과 같은 해 졸업을 앞둔 남자 선배 셋이 함께 어울려 다녔다. 남자 셋 여자 셋이 생각나는 조합이었다. 처음엔 그냥 선배 후배로 마음이 맞아서였다. 당시 유행이던 보드게임 카페에서 주로 보드게임을 함께 했고, 영화도 함께 보러 다녔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기에 서로 취업 준비도 도왔다. 

그러다 그중 두 커플이 탄생했다. 한 커플이 사귄다는 발표를 했고, 여전히 우리는 함께 어울려 지냈다. 곧 다른 커플도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나와한 남자 선배만 싱글인 상태로 여전히 6명은 함께였다. 둘둘 자연스럽게 짝이 지어지자 나와 그 선배는 늘 근처에 있게 되었고 나도 결국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드라마에서는 연애의 시작과 데이트 장면은 많이 나오지만 연애가 끝난 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헤어진 이후의 시간은 둘 사이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테다. 우리 6명 모두 커플이 된 후로 여행도 다녀왔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다. 졸업을 하고 각자 취업하여 지역도 뿔뿔이 흩어지며 자연스레 커플들의 이별 소식이 들렸다.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족 


20대에 보던 로맨스 드라마와 30대 보는 그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20대 때는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28세에 결혼하여 30세 첫 아이를 출산한 나에게 드라마를 보며 느끼던 설렘은 다르게 다가왔다. 드라마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을 보며 다신 오지 않을 연애를 간접 경험했다. 예전의 설렘과는 달랐다.


<시크릿 가든>의 거품키스 장면을 보며 나도 라테를 입에 묻히고 마셔볼걸 아쉬웠다. <로맨스가 필요해 2>를 보며 달달한 감정을 몇 달 동안 대신 느낄 수 있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유미가 부러웠고, 자상하며 한 여자만 바라보는 김지석 캐릭터에 한참 빠져 지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종석의 연상연하 커플을 보며 나의 옛 연하 남자 친구를 떠올려 보기도 했고, 절정은 <태양의 후예>를 보던 때다. 송중기가 송혜교에게 하던 한 마디 한마디에 대리 설렘을 느낀다. 이 드라마 본다고 없앴던 TV를 다시 샀다.

드라마는 끊임없이 나에게 대리 설렘을 선물해 줄테고 내 아이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다 그 설렘조차 기억나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사랑 때문에 웃고 우는 20대. 사랑이 삶의 전부로 느껴질 만큼 지배적이다. 모든 걸 걸기도 하고 모든 걸 빼앗기기도 한다. 아직 서툴렀고 그렇기에 서로 부딪히고 힘들다.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한 시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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