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릴 때는 변하는 것이 좋았다. 세상은 기득권층이나 연장자들이 좋은 걸 다 차지하고 남는 걸 가져야 하기 때문에 (ex. 부동산, 좋은 직업 등) 계속 세상이 빠르게 변해야 나 같은 20대 초중반 젊은이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강력하게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진 것이 어느 정도는 변화하지 않는 포션이 삶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점점 들어갈 수록 이 변하지 않는 부분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배우자가 확정되었고, 자식들이 태어났다. 직업도 어느 정도 큰 범주에서 확정되었다. 이제 이 확정된 부분으로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자식들과 아내와 좋은 추억을 쌓고, 전문분야도 더 깊이 있게 공부한다. 직업이나 투자 부분에서 더 무리하지 않는다. (투자는 아예 하지 않는다.) 변화가 적으니 안정감이 있고, 그 안정감의 기반 하에 깊이 있는 작품 (필자로 치면 학술논문이나 글)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이런 인생관의 변화는 비단 필자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젊을 때는 변화를 이해하고, 읽고, 그 안에서 기회를 찾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확보한 그 기회들 안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인생 전체를 보았을 때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계속 끝없이 변화가 주는 쾌감과 스릴만 즐기다가는 인생 후반부에 깊이를 쌓아야 할 시점에 기반이 없을 수 있고, 처음부터 안정성만을 추구하며 변화에 눈을 감는다면, 더 좋은 포지션을 잡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