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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03. 2024

불변의 가치를 지닌 자산이 망하는 과정: 빌딩의 경우

대출을 90% 내서 빌딩을 신축중이거나 경매에서 낙찰받으셨다구요?

필자 주변에는 과감하게 대규모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 이들은 90%의 대출을 내서 경매에서 빌딩을 낙찰받거나 혹은 90% 가까운 대출을 내서 작은 규모의 일종의 proejct financing (PF)를 한다. 이들은 이야기한다. '토지는 불변의 가치를 지녔고, 한정된 공급의 토지는 결국 무한히 상승할 수 밖에 없다. 90% 대출 내도 문제될 게 없다. 물가상승률만큼 다 내가 먹는다. 나는 이미 유산가 계급이다. 불안하다고? 그건 너가 지식이 없고 확신이 없는거다.' 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이 말이 맞을까? 오늘은 이 말의 허구성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한다. 


우선 토지는 한 국가 및 지역에서 한정된 재화인 것은 맞다. 저기 시골 구석에 있는 산과 임야도 원칙적으로는 한정된 재화이고, 압구정 한복판 갤러리아 백화점 부지도 한정된 재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단순한 차원의 사고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대규모 부채를 끼고 매입하거나 신축한 빌딩이 장기간 대규모 공실이 나도 버틸 수 있나? 현재 임대료 수준에서 임대료를 낮춘다면 그 즉시 해당 건물의 자산가치는 하락한다. 월 1억 들어오던 빌딩이 임대료를 낮추어 월 7000 수준에서 맞춰진다면 가치평가에서 해당 건물의 가치는 폭락한다. 또 대출 90%의 이자를 다 내지도 못할 것이다. 보통 빌딩의 임대수익률이 은행의 대출이자보다 근소하게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애초에 감평가가 높았다는 이야기고, 감평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기다리면 된다고? 어떻게 기다리지? 이 이자를 어쩌면 10년 넘는 세월동안 감당할 수 있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로 임대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을 곳을 찾으면 되지 않나? 그런데 말이다, 애초에 임대료라는 것은 해당 공간을 가지고 특정 업종의 상업에 투입했을 때 벌어들이는 돈에서 책정되는 것이다. 즉 해당 공간이 상업에서 가지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당신은 최근에 오프라인 상점에서 쓴 돈이 많은가 온라인 상점에서 쓴 돈이 많은가. 아마 젊은 세대일 수록 온라인에서 쓴 돈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즉 오프라인 상업 공간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점점 근원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해당 공간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적어지는데 어떻게 임대료가 오를까. 임대료가 오르지 못하면 해당 건물의 가치 상승은 제한된다. 이건 근본적인 인류 문명과 상업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명목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오르니까 상관없다고? 여기서 저기 대한민국 시골 구석에 파묻혀 있는 임야와 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산과 임야도 무조건 명목 가치는 오른다. 그런데, 거래가 되나? 거래 안 된다. 현금이 들어오는가? 안 들어온다. 담보 대출이 될까? 되기야 하겠지만 많이 안해준다. 현금흐름이 안 들어오는 자산에 무슨 대출인가. 대출이 되어도 임대료가 없는데 이자는 어떻게 낼 것인가. 농사라도 지을 것인가?


명목가치가 올라도 실제 현금이 흐르지 않으면 죽은 자산이나 다름없다. 현금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명목 가치가 오른다 해도 이런 쓸모없는 시골의 임야와 산을 가지고 있으면 그건 오너의 재무적 관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서울의 상업지 중 인구가 감소하고 상업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 관리가 잘 안되고 입지가 최상급지가 아닌 건물 중에는 이런 장기 공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명목 물가상승률을 논하며 빌딩은 불패의 자산이니 대출을 90%라도 껴서 무조건 10채씩 사두면 거부가 된다는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지능은 동시에 여러 매개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필자는 정의한다.) 그리고 그 지능 낮음을 인간지표로 삼아 그들이 하는 투자행위나 투자수단들은 되도록 피한다. 필자는 솔직히 말하면 해당 본인에게 말은 안했지만 이렇게 인간지표 반면교사로 삼는 사람들이 두 세 명 있다. 


여하튼 정리하면 '빌딩은 무조건 명목 인플레이션이 오르니 여하튼 숫자로 찍히는 가치가 오르고, 따라서 90% 대출을 내서 신축하거나 낙찰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반박할 가치도 없는 말이지만, 워낙 확신에 차서 성공한 것처럼 주장하며, 선량한 사람들을 미혹하는 자들이 워낙 많아서 이렇게 글로 정리해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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