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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03. 2024

자본가의 꿈은 가능한가: 일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꿈

가능하지만 경영자의 일과 비슷하다.

금융 및 재무 대학원을 끝까지 다니다보면 결국 기업이 커질수록 경영자가 하는 일과 자본가가 하는 일 (투자자)이 같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SK나 삼성 정도 되는 대기업의 경영자는 각 계열사의 현업과 관련된 세부적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관여할 역량도 안 된다. 대신 각 계열사의 재무성과만 관리한다. 즉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관리할 뿐 세부적으로 이번에 어떤 기계를 들여와야 하며, 현업 관리자인 이 사람을 보류하고 저 사람을 올리고, 어떤 판로를 뚫을 것이며, 이런 세부적 의사결정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단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재무적 투자자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져가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 정도 되는 기업의 경영자가 어떤 경영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를 좀 생소해한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자본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즉 현업에서 노동을 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위주로 하면서 자본을 불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이런 꿈을 가진 사람들 중에 성공적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필자의 주변엔 중소기업 오너 자제들이 한 두명 있는데 이들이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보통 중소기업을 매각한 후 -매각 전에 이미 자녀에게 지분 이전- 자녀에게 거액을 상속시킨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보통은 중간에 의사결정의 실수로 성공까진 이르지 못하고 중간에 사그러든다.



필자가 보기엔 이 자본가의 꿈이 무너지는 주요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과 그에 대응하는 능력 부족에 있다. 사실 자본가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면 투자 정도 일반인보다 잘한다 정도가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계열사가 여럿 딸린 거대기업을 살려나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능력과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투자 정도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정도로 자본가로 살려고 한다. 남편의 유고 후에 현대그룹의 경영을 책임졌던 현정은 회장은 경영계가 보기엔 성공한 경영자는 아닐 것이다. 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거대 그룹을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했지만 결국 오늘날 이 그룹의 사세는 매우 쪼그라들었다. 전문지식과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경영을 맡기면 보통 이렇게 된다. 이 모습이 아마 섣불리 노동자 포지션을 없애고 자본가로만 살며 현업 관련 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대부분 삶의 궤적일 것이다. 


어떤 자본 덩어리를 증식시키겠다는 결정은 어찌보면 거대기업을 경영해서 성공적으로 사세를 확장시키겠다는 말과 같다. 계열사 딸린 거대 기업을 경영하려면 재무, 경영, 금융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법률, 실전경험, 사람관리 등에 관한 막강한 실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자본을 불린다고 해도 사람을 아예 안 쓰기는 어렵다.) 이 정도 실력이 갖추어지면 작은 자본 덩어리이든 큰 자본 덩어리이든 리스크를 관리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하면서, 이를 증식시킬 능력이 있다고 본다. 


결국 자본 증식과 기업 경영은 위로 올라가면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선 필요한 지식과 실전경험이 굉장히 많다. 그런 경험들을 차근차근 갖추다보면 언젠가는 현업 관련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오겠지만, 그 뒤에는 그보다 더한 정신노동과 의사결정이 기다리고 있다. 노동의 형태가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정보수집과 의사결정, 사후결과에 따른 피드백과 그에 따른 행동 및 판단 수정이 끊잆없이 이어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고 여기에 의사결정들의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보면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자본증식이라는 것은 사전 지식과 실력 없이 섣불리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보기엔 현업관련 노동에서 해방되는게 노동에서 해방되는게 아니라, 사실 노동의 형태가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달라지는 것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대부분 어느 정도 수준의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그냥 현업 관련 노동을 열심히 하고 재테크 정도만 열심히 하는게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육체 노동은 24시간의 한계란 게 있고 물리적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서, 이 한계를 넘고 싶은 사람들만 순수한 자본가 포지션에 도전하는게 맞을 것 같다. 실제 과정이 더 독하고 고되고 외롭고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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