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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Nov 12. 2024

독립연구자라는 카테고리를 창안하다

연구는 본질적으로 혼자 하는 거다.

필자는 올해부터 학술대회 발표나 이메일 말미의 서명, 그리고 일부 학술논문에서도 '독립연구자 Independent Researcher' 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보통은 소속기관과 그 기관에서의 지위를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와 같은 식이다. 독립연구자와 같은 칭호를 쓴 사람을 나는 여태껏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사실 학술연구라는게 요새 세상이 좋아져서 R 프로그램 같은 막강한 오픈 소스 통계 프로그램도 존재하고, (일종의 통계계의 리눅스라고 보시면 된다.)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도 꼭 연구자가 직접 모아야 하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이 모아서 대중들에게 공개해 놓거나, 신청하는 연구자들에게 공개해 놓거나, 필요한 사람이 소액의 돈 (보통 50~100만원 정도)을 내면 데이터를 이메일로 보내주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별도 플랫폼을 열어주곤 한다.


또 필자가 보기엔 최근 의학 및 보건학계는 직접 생물학적 조직을 처리하여 데이터를 얻는 Wet Lab과 얻어진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Dry Lab이 분리되는 추세에 있다. 즉 Wet Lab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저렴하게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거나 (gene sequencing 등) 다른 전문 업체에 맡길 수 있는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더 얻어진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금 더 추상적이고 차원이 높은 영역이라고 본다.) 


Gene, RNA transcription, Aminoacid translation, Protein synthesis 를 예로 들면 이 정보 자체가 의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데이터와 어떤 의학적 의미가 있는 현상을 연결지어서 분석할 줄 아는 통찰, 그리고 이런 분석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통계학적 분석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능력은 쉽게 길러질 수 있는 게 아니며 생물학적 혹은 의학적 background와 고도의 통계학적 지식, 그리고 유전학적 원칙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의학 데이터만 해도 이전에는 병원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의료 데이터들이 이제는 공용 IRB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에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대학병원 데이터들도 적절한 과정을 거치고 공동연구자가 대학병원에서 IRB 승인을 받아주면 누구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카테고리인 '독립연구자 Independent Researcher'라는 카테고리가 가능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는 직장을 다니거나 혹은 자기 의원이나 병원 등의 자영업을 하면서도, 학술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담으로 이렇게 기술이 발전해지면서 가능해진 새로운 형태의 삶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옛날에는 주식 전업투자자라고 하면 대개 컴퓨터가 필요했으므로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일컬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로 직장에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증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전의 전형적인 직장 그만두고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전업투자자의 외적 형태는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 또 하나 직업환경의학과 출장특수검진도 이전에 도로가 많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T맵이나 카카오맵, 네이버지도 같은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이 발달해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서 활성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도로 여건이나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등이 발달해서 출장 특수건강검진이 활성활 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기술과 시대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삶의 양태들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는 독립연구자라는 학술연구자의 삶의 양태도 이제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교수 등 전업연구자에 비해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은 적지만, 대신 연구 실적 압박 등에 의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단순히 논문 출판용으로 강제적으로 해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 교수 등에 비해 별도로 직장이나 자영업이 있으므로 생활비를 연구용역으로 벌어서 충당해야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순수한 학술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독립연구자로서 어떤 학술활동의 결과물을 보여줄지 스스로에게도 기대가 된다. 일단 11월 8-9일에 열린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독립연구자로서 2개의 구연을 발표했다. 내년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국제환경역학회도 독립연구자 타이틀을 가지고 구연 등의 발표를 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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