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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2. 2024
급식 조리사 분들의 폐암 위험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조리흄에 노출되는 걸 줄이려면 후드를 꼭 사용하고 환기를 잘 합시다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요새 많이 올라오고 관심받는 케이스가 있는데 바로 학교나 시설 급식 조리 노동자분들의 폐암이다. 이 경우 우선 좀 중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에 대해 넓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폐암은 우선 흡연자에게서 잘 생긴다. 흡연자는 폐 중심부에 기관과 기관지를 따라 편평상피암이 잘 생긴다 (squamous cell carcinoma). 그러나 중년 여성 비흡연자에게서는 특이하게도 폐 가장자리를 따라 선암 (adenocarcinoma)이 잘 생기는데, 그 발생률이 고령 남성의 흡연으로 인한 폐 편평상피암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 (국내에서 집계한 정확한 통계 결과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중년 여성의 폐 선암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측들이 존재한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미세먼지, 유전적 요인 등등. 그러나 가장 강력한 가설로는 조리흄은 들 수 있다. 조리흄이야 말로 전 세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남성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유해인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필자 개인적으로는 기름을 튀기는 등의 기름 조리흄에 노출되는 것이 중년 이상 여성의 폐선암 발생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믿는다. 기회가 되면 데이터를 구해 실증해 볼 생각이다.) 관련기사: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64760
조리흄은, 특히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하여 조리할 때에 발생하는 유해물질로서,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릴아마이드, 아크로레인 같은 발암물질을 다수 함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위험에 가장 많이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군은 누구일까. 바로 급식 조리사 분들이다. 특히 볶음이나 튀김 요리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고 본다. 그리고 식수, 즉 하루에 밥을 해야 하는 인원수도 중요하고, 또한 아침만 하느냐 아침, 점심을 하느냐, 혹은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다 준비하느냐에 따라서도 조리흄 노출 정도에 지대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위의 중년 여성에서의 폐 선암 이야기를 왜 장황하게 하고 온 것일까. 그 이유는 급식 조리사의 조리흄 노출에 의한 폐암을 인과가 없다고 보는 임상의사들의 일부 발언을 들어서 그렇다. 국내에서 가장 큰 암 전문 임상 의료기관의 수뇌부 중 한 사람과 사석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리흄에 노출되는 급식 조리사들의 폐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주는 것에 대해 rationale을 알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rationale을 일깨워 주고자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전술한 것이다. (임상 의사들 중에는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진단과 치료에 특화되어 있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급식 조리 노동자와 같은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조리 시에 환기를 충분히 해야 한다.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에서도 급식 조리 노동자의 폐암 케이스가 올라오면 환기구의 위치와 개수를 묘사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놓는다. 또한 레인지후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이 레인지후드가 얼마나 입자상 유해물질이나 가스상 유해물질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환경보건 탑저널에 관련논문들이 여러 편 출판된 적이 있다. (https://ehp.niehs.nih.gov/doi/10.1289/ehp.122-a27) 그리고 가능한 저온 조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저온 조리는 조리흄의 발생을 크게 낮춘다. 마지막으로 조리 중 기름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볶음이나 튀김 요리에서 조리흄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러한 대응방식은 집에서 혼자 조리를 하는 주부들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20년쯤 뒤에는 폐 선암의 발생률이 남녀 공히 매우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리흄의 폐암 위험에 대해 독자들이 잘 알고, 급식 조리 노동자의 폐암 위험에 대해 이해하고, 각자가 집에서 조리를 할 때에도 이러한 precautious measure들을 적용하여 요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