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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Dec 18. 2024

혈액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아시나요 [리얼라이저블]

특히 화학공장 운영하시는 대표님들 주의하셔야 합니다.

*리얼라이저블이라는 공장운영 플랫폼에 기고하는 글을 글 제목 말미에 [리얼라이저블]이라고 붙이고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 화학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혹은 고령의 근로자들에서 간혹 보이는 혈액검사 수치 중 조혈기계 이상이나 혈액질환 관련 수치인 '적혈구 (혈색소, 적혈구 용적치, 망상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의 이상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특수/일반 건강검진을 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다 보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은 특히 혈액검사를 필수적으로 하게 됩니다. 혈액검사에는 여러 가지 검사항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ST, ALT, gamma-GPT를 보는 간담도 기능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야간작업이나 화학물질 중 심혈관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총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와 같은 지질 profile 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중 의사들로서도 판정하기 애매한 부분이 혈액질환 관련 수치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적혈구 (혈색소, 적혈구 용적치, 망상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수치들은 사실 어떤 일반적 건강이상 상태를 나타낼 수 있고 (각각의 높고 낮음마다 수많은 관련된 질병들이 존재합니다.) 혹은 조혈기계 이상과 같은 혈액질환의 존재 가능성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혈색소, 적혈구, 적혈구 용적치가 낮음은 근로자의 위장관에서 피가 새고 있음 (실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 근로자일수록 위장관 실혈이 잘 발생합니다만, 젊은 근로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도 극단적인 혈색소 수치 저하와 검은색 대변 (melena)을 보이는 환자를 인근 내과 의원에 방문하여 내시경을 긴급으로 해보라고 권한적 있습니다. 망상 적혈구 수치가 높은 것은 어디에선가 혈관 안에서든 혈관 밖에서든 성숙한 적혈구가 부서져서 그 부서짐을 보충하기 위해 적혈구를 골수에서 급하게 만들다 보니 덜 성숙한 적혈구인 망상적혈구가 늘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혈관 안에서 적혈구가 부서지는 질병들은 겸상적혈구빈혈, 인공심장판막, 혈액투석환자, 면역 매개 용혈 등 여러 가능성이 있고, 혈관 밖에서 부서지는 질병들은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 유전성 구상적혈구증, 역시 인공심장판막 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너무 복잡해서 생략합니다.)


혈관 안에서 백혈구가 높은 것은 몸 안에 염증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려있거나 전립선염, 질염 등에 걸려 있는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높을 수 있습니다. 혈소판 수치 감소는 항생제, 진통소염제 등에 의해 낮아질 수 있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감염에도 낮아지며, 간경화, 심부전이 있거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았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역시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의학적 질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 건강이상 상태 외에 대표님들이 걱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병이 무엇일까요. 바로 조혈기계 질환 혹은 조혈기계 암입니다. 위의 일반 의학적 상태보다 오히려 제 주관적 느낌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에게 유병률이 높은 것은 바로 화학물질로 인한 골수기능저하, 혈액암 전구단계, 혹은 혈액암입니다. 위의 일반의학적 질환들이 건강하게 규칙적으로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라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건강근로자효과 healthy worker effect-위의 질병들을 지닌 근로자는 애초에 근로자로 선발되지 못하거나 혹은 근로자로서 계속 살아남지 못하고 중도 퇴사-가 있다고 봐야겠죠.)


결국 건강하게 오랜 기간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일한 근로자들 중 조혈기계 관련 혈액검사 수치의 이상을 보이는 근로자들은 골수기능저하, 혈액암 전구단계, 혹은 혈액암의 가능성이 일반 인구집단보다 높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비롯된 가설입니다. 제가 보았던 한 케이스에선 꾸준히 오랜 기간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져 있던 (골수기능저하겠죠) 화학공장 대표님을 보았는데, 이 분은 공장을 자기가 직접 세우는데도 참여하고, 직접 공장을 돌리시던 분이었습니다. 이 분이 중간에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혈액암이 생겨서 대학병원 혈액내과에서 결국 항암치료를 받으셨습니다. 그 외에도 항공유 (항공유 내에 벤젠)에 많이 노출되는 항공기 정비사에서도 림프종이나 혈액암 케이스들을 많이 보았고, 휘발유 (휘발유 내에 벤젠)에 많이 노출되는 시험주행장 직원에서도 림프종이나 혈액암 케이스들, 골수기능저하로 의심되는 케이스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검진 중에 조혈기계 관련 혈액검사 수치들이 심하게 높거나 낮게 나오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그냥 대강 '동내 내과 가보세요.'라고 넘기지 않고, 꼭 '대학병원 혈액내과에 가서 추가 검사를 더 해보세요.'라고 권합니다. 그 이유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경우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일반 질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조혈기계 기능이상이나 혈액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에서 말하는 일종의 베이즈 확률입니다.)


그래서 공장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이나 관리자분들께서는 근로자분들 중 화학물질에 노출이 의심되는 데 조혈기계 관련 혈액검사 수치 이상이 나온 경우는 대강 넘기지 말고 꼭 조혈기계 기능저하나 혈액암 전구단계, 혹은 혈액암 가능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복잡한 개념을 간략히 설명하려다 보니 어휘 선택 등으로 글이 조금 어려워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4년 12월 18일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문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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