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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냐작가냐 Aug 13. 2019

뱃속의 아이...  지울 수 있습니까?

2.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임신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무슨 끔찍한 소리냐고? 나 역시, 생각지도 못 했던 화두.

만일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비 엄마가 꺼내기엔 잔인할지라도... 힘들겠지만 임신 초기 부부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심해야 한다. 임신 전 생각이 어떻든,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고 느낀 뒤엔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토록 원하던 아이가 생겼는데, 이런 잔인한 고민 앞에 놓일 줄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적어도 이 질문을 받기 전 까지는 말이다.

60만 원 상당의
기형아 검사를 하겠습니까?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만 35세 이상, 고위험산모군이라 정확도가 더 높은 기형아 검사(니프티. 맘가드. 제노 맘 등 업체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어차피 아이를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검사할 필요도 없다고 아무 검사도 안 하는 분도 있고요. ”


12주 차가 되면 1차 기형아 검사를 진행한다. 병원과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검사는 10만 원 선, 정확도가 높은 니프티 검사 등은 60만 원 전후, 검사 개수가 더 많은 건 8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니프티 검사로 흔히 불리는 이 정밀 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기형아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기형아인지 아닌지, 비싼 돈을 들어 검사해서 미리 파악하는 이유는 뭘까?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혹은 키울 자신이 없어 포기해야 하니까... 

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픈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나?


아픈 아이를 둔 가족의 사연을 방송한 적이 꽤 있었다. 어느 누가 부모 되기가 쉽겠냐만,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애써 자식을 지키고 있었다.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엄마들은 그야말로 슈퍼맨이라도 된 듯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살아가는 듯했다.

만일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겨운 길... 남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형아 검사를 하는 게 맞다. 정확하게는 그 결과에 따라서 아이를 포기할 것인지를 고민하게될 수 있다는 말이겠지.

하.....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꿀이를 보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7주 차 젤리곰 같이 짧은 팔을 꼬물거리며 놀던 아이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사실 4주 차 아기집을 확인하고 5주 차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잘 커줘서 고맙다'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젤리 곰을 보고, 조금씩 사람의 모습이 되어가는 녀석을 느낀 뒤 애정의 강도는 단언컨대, 비교할 수 없이 커져 있었다. 함부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심했어. 우린 가족이니까.


다음 날, 남편이 말했다. 검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하는 게 가족이니까. 만에 하나 꿀이가 힘든 상황이라면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두렵지만 그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쿨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나는 거액의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말았다. 그 순간 밀려오는 후회며 죄책감이며, 이 오묘한 감정은 뭘까?! 나는 그 순간에서야 결심했다. 우리 아이에게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감당해야한다고... 그게 부모라고.


일단, 검사는 진행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낳은 뒤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해둬야, 나중에 휘몰아칠 육아 헬 속에서 정신줄을 부여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이상 없음. 어떻게 보면 헛고민이었겠지만  괴로운 시간은 무척 소중했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각오’를 다진 기분! 비로소 ‘엄마 되어가는  발을  느낌이랄까?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 듯하다. 입덧이 힘들긴지만ㅠ (육아보다는 낫다니까;;) 앞으로 다가 올 상황을 미리 고민하고, 육아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일 터. 남은 임신 기간, 기꺼이 나쁜 생각을 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덜 나쁜 엄마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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