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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 Apr 10. 2016

헤어짐의 무력함에 관하여

잡을 수 없는 사람을 잡기 위해 몸부림 쳐본 적이 있는가...

사실 요즘은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로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다. 물론 지금도 뒤엉킨 실타래를 풀 길이 없이 그냥 방치해두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고싶은 충동은 심했지만 게으름 때문에 무산되곤 한다. 

오늘은 우연히 아이튠에 저장해둔 이탈리아 가요를 듣고 번역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번역을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그 언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백퍼센트 되살리진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번역하고 싶었다. 

바로 오르넬라 바노니(Ornella Vanoni)의 L'appuntament0(아뿐따멘또-만남,약속이라는 뜻)


8년전인가, 사귀던 남자친구한테 차였었다. 

나는 연애를 상대에 따라 가볍게도, 진지하게도 했는데 이 사람과는 가벼운 줄 알았는데 결국 차인 뒤에 내가 진지했었다는 걸 실감했었다. (아니면 일방적으로 차였기 때문에 나 자신은 진지했었다고 믿는걸까?)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묻고싶었고 매일매일 통곡했었다. 그때의 숨막히던 느낌은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엄청나게 힘들었었던 기억은 확실하다. 불행히도. 


아무튼, 그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듣게 된 노래가 있었다. 

무심코 들었다가 가사때문에 또 한번 가슴이 찢어져서 슬퍼했었었다.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이어폰에선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난 로마의 판테온 신전앞에 서있었다. 본의아니게 노래가사를 듣고 그 자리에서 후두둑 눈물을 흘렸었다. 

지금에 와서 그때를 회상하는 건 아니고, 이별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한테 들려주고 싶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슬플 때는 차라리 마음껏 슬퍼하라고. 

나만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고, 이런저런 이유로 남의 눈치때문에 마음껏 슬퍼하지 못해도 좋으니, 슬픔을 슬픔으로 곱씹어내고 그 다음엔 훌훌 털어내라고.


미흡한 번역실력이지만 양해를 부탁한다.(언어의 특성상 직역보다는 문맥상의 매끄러움을 위하여 의역위주로 넣었다)


L'appuntamento

(약속,만남)


Ho sbagliato tante volte ormai che lo so già

난 알고있었어요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che oggi quasi certamente sto sbagliando su di te

당신에 대해서 난 잘 알고있지 못했다는 걸요. 

ma una volta in più che cosa può cambiare nella vita mia...

당신과의 이 이상할 수도 있는 특별한 만남을 수락했다는것이 
accettare questo strano appuntamento

나의 인생 전부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걸.
è stata una pazzia!

정말 미친 짓이었죠.
Sono triste tra la gente che mi sta passando accanto

내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난 너무도 슬퍼요.
ma la nostalgia di rivedere te è forte più del pianto:

눈물보다 더 힘든건 당신과의 지나간 추억이에요.
questo sole accende sul mio volto un segno di speranza.

내 옆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은 나한테는 한줄기 희망이에요.
Sto aspettando quando ad un tratto,ti vedrò spuntare in lontananza!

나는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멀리서 내 눈에 띄일 그 흔적 말이에요.

Amore, fai presto, io non resisto...

그대여, 빨리 와요. 난 너무도 다급해요.
se tu non arrivi non esisto,non esisto, non esisto...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난 존재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에요.

E' cambiato il tempo e sta piovendo

날씨도 바뀌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ma resto ad aspettare

하지만 난 기다리고 있어요.
non m'importa cosa il mondo può pensare

이 세상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io non me ne voglio andare.

난 이 자리를 뜨지 않을거에요.
io mi guardo dentro e mi domando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자신한테 물어보죠.
ma non sento niente;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sono solo un resto di speranza

아무런 희망도 느껴지지 않아요.
perduta tra la gente.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홀로 남겨진 채로요.

Amore è già tardi e non resisto...

당신이여, 시간은 흘러가고 있어요. 난 너무도 다급해요.
se tu non arrivi non esisto,non esisto, non esisto...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난 존재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에요.

luci, macchine, vetrine, strade, tutto quanto si confonde nella mente

불빛,지나치는 차량들, 쇼윈도, 길거리들...내 머릿속에서 흐려져요.
la mia ombra si è stancata di seguirmi

내 그림자도 이미 기다리기 지쳤나봐요.

il giorno muore lentamente.

오늘 하루도 서서히 죽어가네요.
Non mi resta che tornare a casa mia alla mia triste vita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슬픈, 귀갓길만 남아있네요.
questa vita che volevo dare a te l' hai sbriciolata tra le dita.

나는 모든 인생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는데, 당신은 모든걸 한줌의 재로 만들었어요.



Amore perdono ma non resisto...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을 용서해요. 하지만 내 마음은 다급해요.

adesso per sempre non esisto, non esisto, non esisto...

이제는 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거에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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