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제베 Jun 27. 2024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마리안 페이스풀 This little bird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해에 IT 개발회사를 창업했다. IT 개발과 영업, 대표로서의 경영관리까지 1인 3역을 하느라 항시 시간에 쫓겨 살았다. 새벽 2시를 넘어서야 수면에 들 수 있었다.           

알람이 울리는 아침 7시 45분이면 삶의 양상에 고뇌했다. 비몽사몽 15분이 경과하고서야 비로소 눈이 뜨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자연스레 2시에 잠이 들어 8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아내는 오래전부터 밤10시에 수면을 취한다. 홀로 남은 거실에는 정적이 감돈다. 싫지 않는 익숙한 고요다.      

홀로 깨어 있는 시각, 

나의 친구는 커피와 맥주 그리고 책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커피보다 맥주를 찾게 되고 책보다는 음악을 찾게 된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마셔본 적도 없는 압생트가 마셔보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나의 일상에 알코올 기분을 지닌 채 일탈의 공상을 그리려는 객기이다.


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는 전수일 감독의 1999년 作이다. 한때 제목에 꽂혀 이 영화를 검색했지만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전수일 감독作


새, 하면 언뜻 떠오른 생각. 자유다. 

드넓은 허공을 마음껏 날아 세상의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 말이다. 하지만 자유의 날갯짓으로 둥지를 출발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그저 자유롭게만 보이는 새 또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과 다름없다.           


그렇지만 새는 거대한 폐곡선을 그린다. 자유로운 폐곡선의 궤적은 단순한 둥근 원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결코 유폐된 생활이 아니다.            


새를 이야기하다 보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청춘시절, 마리안 페이스풀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녀가 부른 This little bird 노래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이다.      

특히 번역된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평생 허공을 나는 가여운 작은 새가 일생에 딱 한 번 지상에 내려와 안식에 들어가는데, 그때가 바로 작은 새가 숨을 거두었을 때, 라는 내용이었다.           


유튜브 :마리안 페이스풀 <This little bird>

https://youtu.be/DVg6LsVmZSU          


알코올의 힘을 빌려 가끔 일탈의 공상을 할 때가 있다. 현실에 유폐된 진부한 내 일상의 저주이기도 하다. 이 몸이 새라면, 꿈과 현실의 폐곡선을 동시에 그릴 것만 같은 객기가 든다. 알코올기가 소진되는 그 순간 까지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한 가지.

나폴레옹의 아들의 이야기, 

작은 새의 친구였다는 나폴레옹 2세의 고독하고 쓸쓸한 생애이다.


폴레옹 2세 관련이야기는

아제베의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에 웃고 무엇에 슬퍼하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