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날

2019.4.22

by 박달나무

#Canopy_Adventure

론세스톤 중심가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Hollybank라는 우거진 숲이 있다. 여기에 Treetops Adventure 이름의 숲속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업체가 있다. 처음엔 지방정부가 만들었다가 개인업체에게 넘어갔다고...

숲속 모험놀이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데, 태즈매니아에는 Hollybank가 유일한 숲놀이 공간이다.

태즈매니아 전체가 숲이라고 봐도 된다. 굵기도 하고 크기도 한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 어딜 가나 있다. 땅은 넓고 사람은 적으니 당연한 것이다. 몇 해 전 교보문고에 들여놓은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100인의 테이블에 일부러 앉아본 적이 있다. 카우리는 뉴질랜드의 지명이고, 거대한 소나무가 5만 년 동안 늪 속에서 보존되다가 발견되고, 이탈리아를 거쳐 부산항으로 들어와 교보문고까지 왔다는 것. 여기 태즈매니아가 카우리와 같은 식생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숲이 울창하니 공기가 좋다. 지난 주 호스테라피 진행하는 Maddie 선생님 소개로 홀리뱅크 어드벤처에 와서 Tree Adventure 활동을 했다. 활동을 마치고 보니 여기는 Canopy 어드벤처도 있고, 산악자전거 타기도 있고, ,세그웨이를 타고 숲을 돌아다니는 체험도 있더라. 그중 짚라인으로도 불리는 캐노피 어드벤처가 해볼만 하다고 생각돼서 오늘로 에약을 했다.

두 아이들은 예약할 때부터 기대감을 갖고 있었고, 어서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태수는 숲속 모험놀이 하러 간다는 말부터 했다.

그랬던 태수가 정작 현장에 도착하니 활동을 거부한다.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하기 싫다고 말한다. 약속한 시간은 다가오고, 3시간 동안 혼자 있을 수 있냐고 했더니 "OK"한다.

생각이 복잡했지만, 태수를 남겨놓고 시하하고만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와이어 줄을 타고 가로지르는 놀이를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고, 남녀노소 한번 경험할 만 하다. 숲속을 걸으면 땅에서 하늘로 우러르며 나무를 보게 되는데, 캐노피 어드벤처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숲의 웅장함을 잘 느낄 수 있다.

태수의 표면적인 거부 이유는 혼자서 짚라인을 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차라리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35kg이상만 짚라인을 체험할 수 있고, 35kg미만은 어른과 함께 타는 것이다. 캥거루처럼 가슴 쪽에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안전장구가 따로 있다. 나와 태수가 함께 타기로 이미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혼자 타지 않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사실 강하게 밀어붙이면 참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혼자 있도록 했다. 3시간 동안 태수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으니 낯선 곳에서 혼자서 여러 시간을 지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3시간 후에 만난 태수는 밝은 표정이라서 나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짐작하는 태수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하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공포감이다. 정작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상상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끼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고 짐작하는데,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과정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 주 Tree 어드벤처 참가할 때 경험했던 일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닌데도 태수는 무척 부담스러워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내 경우는 눈치로 알아듣고 대충 대답하는 것이다. 눈치와 대충이 어려운 태수가 외국인과 단 둘이 마주하는 일이 힘들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태수를 지난 3월4일부터 만났다. 3월은 주중에 8시간 정도를 함께 했고, 4월이 돼서 호주로 왔던 것.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아이의 대부분을 파악하게 됐다.

주중에 다인수 학급에서 4~5시간만 아이를 만난다고 했을 때 담임 교사가 아이의 개인적인 상황과 성향까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발도로프학교에서 1학년부터 8학년까지 (원칙적으로) 8년 간 같은 담임이 맡는 제도를 만든 건 나름 좋은 방법이다.

폰을 지니지 못하게 하고 진행요원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화질이 나쁘다. 내가 십 년 전에 사용하던 디카를 쓰더라. 이런 숲 모험놀이 시설이 호주 본토에도 두 군데 있다고 한다. 시하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태수에게 다음 기회에 와서 참가하겠냐고 물으니, 좀더 생각하고 대답하겠다고 한다. 적절하고 믿음이 가는 대답이다. 동시에 내가 예상한 이유가 맞았다는 걸 확신하는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