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함께 성장할 것인가? 분노가 자신을 갉아먹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최근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회사에 인프라 이슈가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과 3일 밤낮을 수습하기 위해 보냈다. 원인은 무책임하게 떠나간 전임 인프라 담당자가 누적시킨 레거시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슈를 바라보는 타 부서 동료들의 비난조 피드백들을 듣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였다. 무엇보다 개발팀 동료들이 눈치 보며 일하게 될까 봐 분노와 짜증이 올라왔다.
늦게 알게 된 것도 개발팀의 잘못일 수 있다. 하지만 인프라 업무 대체자를 바로 구할 수 없는 작은 스타트업의 상황 탓을 변명 아닌 이유로 말하고 싶다. 그리고 현상이 발생했을 때 보여준 빠른 상황대처는 비난이 아닌 칭찬받아 마땅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조직에서 크고 작은 이슈는 언제나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마음이다.
어떤 조직은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타 부서는 문제 투성일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맡은 '기능'에 만 책임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조직이 풀고자 하는 큰 미션에 도움이 되는 걸까?
큰 미션에는 수많은 장애가 따른다.
그 장애 현상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를 향한 아쉬움과 비난으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함께 협업할 수 없다.
작은 조직일수록 극도로 협업해야 한다. 그래야 큰 조직들보다 두세 걸음 더 앞서고,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팀의 리드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했다.
먼저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처 과정을 투명하게 전사에 공유했다. 그리고 운영진에 요청하여 개발팀의 노고를 직접 언급해 달라 했다. 마지막으로 프로덕트 팀 자체의 회고도 진행했다. 장애 발생은 아쉬운 결과지만 이를 계기로 더 성장해야 한다. Back to Basic 기본으로 돌아가 더 탄탄한 시스템 설계를 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항상 팀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피. 땀. 눈물 이 중 하나가 섞여야 비로소 원팀이 되는 것 같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이번 장애를 해결하며 프로덕트 팀이 섞인 땀과 눈물 덕분인지.
현재의 결속력은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이제는 조직 문화의 시간이다. 프로덕트와 비즈니스가 원팀으로 섞이지 못하면 작은 조직의 경쟁력은 볼품없어진다. 서로를 향한 분노도 좋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꺼내야 한다.
대신 서로의 생각이 섞이고 (blending) + 건설적 방향에 합의되어야 한다. 그 일은 조직의 문화가 해줘야 한다. 특정 리더의 개인기에 의존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비난을 목적으로 한 분노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 반대로 원팀을 위한, 더 나은 협업을 위한 분노는 용기로 느껴진다. 전자는 대화를 멈추게 하지만 후자는 더 강한 결속력의 계기로 이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