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에 회식을 했다. 우리는 1년에 한두번밖에 회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석하려고 한다. 메뉴는 돼지고기. 한우 육회 메뉴도 있어서 육회도 먹었는데 역시 전문점이 아니라 그런지 맛은 평범했다. 돼지고기가 국내산이 아니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노릇노릇 구워진 돼지고기는 바삭한 겉과 적당히 탄력있는 속살의 조화가 매우 좋았다. 거기에 불판에서 달궈진 김치와 함께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내년부터는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들이기로 했었지. 어쨌든 지향점이라고 하면 플렉시테리안이니까,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 정도는 죄책감 갖지 말고 먹자고 생각한다.
2.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난리 났대서 박정민과 화사의 청룡영화제 무대를 찾아봤다. 일단은 노래가 좋고, 박정민 배우의 츤데레같은 면이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 든것 같다.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포인트가 꼭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란걸 깨달았다. 유튜브는 이제 인터넷 게시물 하나에서, 작은 무대 하나에서 전문가들이 노력해도 만들기 힘든 예술을 찾아내게 만들었다. 플랫폼이 변할뿐 매력은 변하지 않는다. 나도 박정민 배우가 매력적이어서 한참을 돌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들처럼, 박정민 배우를 빛나게 만든게 화사라는건 나도 공감한다. 자유로운 영혼같아 보이는 화사와 극도의 안정형처럼 보이는 박정민 배우의 눈빛은 여자들이 바라는 그런 관계성. 설레는 포인트. 이런 설렘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여자들은 나이가 어리나 많으나 똑같은듯. 설레고 싶어한다. 항상 마음에 설렘을 품고 싶다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려나.
3.
인스타를 보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을 읽었는데 우습게도 '이 세상의 대부분의 것이 쓰레기예요'라는 말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후회와 자책이 밀려들때, 이 말을 들으면 쓸모없는 강박이 힘을 잃는다. 안심하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해도 될것 같다. 안심하고 내가 즐기고 싶은걸 즐기고 소중하게 다루면서 기뻐해도 될것 같다. 인생을 무겁게 생각할 수록 삶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것 같다. 무거운 돌덩이에 눌려져서 아무것도 못하거든. 어릴때 아빠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헤쳐 나가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겁이 많은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칭찬을 받고 그런것보다 그냥 내가 좋아서 너무 맘에 드는 작품들을 남기고 싶다. 나는 그런걸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벌써 20년을 보내버린것 같아. 차라리 마음의 짐을 완전히 내려놓고 하고 싶은걸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전엔 완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