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보며 생각한 것

뜨거운 여름, 밤에도 잠못들게 만드는 올림픽이 한창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탓일까? 생각보다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 소식에 짜릿하고 통쾌한 마음이 든다.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승리의 기분을 대리만족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우리팀이 잘하는건 즐겁고 기쁜 일이다. 

내가 가장 유심히 지켜본 경기는 대한민국의 대표종목, 양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궁을 좋아하는 건 먼치킨물에 열광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양궁 선수들은 쫄깃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경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이겨버리며 짜릿한 서사를 완성한다. 

양궁 단체전은 1세트당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주고 먼저 5점을 내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화살은 10점에 박히기도, 8점에 박히기도 하며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은 10점이, 9점이, 8점이 클것 같지만  결국은 팀의 실력대로 수렴하는 모습을 본다. 잘하는 팀은 결국 잘하고, 실력이 부족한 팀은 결국 좋지 못한 점수를 낸다. 나는 이 장면들을 보며 우리의 생활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칼로 잰듯, 계산기로 두드린듯 정확하게 나눠지진 않아도 세계랭킹은 무시할 수 없으며 그 노력과 실력에 비례해 결과가 나온다. 이우석 선수처럼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불운을 겪었던 선수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덕에 기회가 오자마자 올림픽에서 그 진가를 선보였다. 결국 결과가 좋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왕도다. 

물론 운이 좋아서, 기세가 좋아서 평소보다 더 좋은 실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운과 기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한 발 한 발 쏜 화살이 합해져 최종 점수로 나타나듯, 잠시의 운과 기세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지속되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올림픽은 4년에 한번 열리는 그야말로 '운과 기세'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무대지만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실전이다. 실력을 그대로 내보여야 하는 무대에 항상 올라야 한다. 결국 왕도는 실력을 키우는 것 뿐. 나는 시대가 변해도 이런 단순한 진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유튜브나 SNS를 보면 '운'이나 '나만 아는 기회'가 모든걸 결정할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이미 공개된 기회는 나만 아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10년전, 20년 전에 비해 착실하게 실력을 키워가는 즐거움을 조롱하는 분위기인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그게 사실도 아니거니와, 한창 실력을 키워가야할 젊은 세대를 무기력으로 몰아넣는게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 

'노력해도 잘 안됐다'는 체념은 한 분야를 10년쯤 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소음에 휘말린 몇몇 사람들은 '어차피 해도 안돼'라고 쉽게 말한다. 이제 곧 40이 되는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던 시간들을 후회한다. 그 시간에 해보고 싶은 걸 더 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멋진 결과만 바라는 욕심이 아니라 조금씩 실력이 쌓여가는것 자체를 즐겼다면 어차피 낭비되었을 시간이 더 알찼을 텐데. 

도전과 열정의 상징인 올림픽을 보며 단순하고 명료한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작품이 훌륭하지 않아도 웹소설을 차근차근 써 나가야겠다. 해도 안해도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인터넷을 보니 그런 말이 떠돌더라. '별로인 나'를 참아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금씩 쓰다보면 결국 더 좋아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