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사람들이 좋았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럼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문학동네 프롤로그 중
나는 우주와 관련 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어렸을때부터 우주 소년단, 천문대, 별보기 등등 관련 활동과 콘텐츠, 굿즈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사용하는 영어이름에도 우주와 관련 된 단어가 들어간다.
몇년 전 구매했던, 심채경 박사님의 책을 다시 읽던 중 내 마음을 꺼내어 글로 풀어놓은 것 같은 프롤로그를 수십번 읽고 또 읽었다. 우주 뿐 아니라 내가 동경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담겨져 있는 글에서 내가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가끔 책의 전체 내용보다 한 구절에 멈추어 되새김질 하듯 빠져 있을때가 많다.)
수십년 동안 목표를 위해, 그리고 무언가 실질적이고 실리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노력해야 칭찬을 받고 인정 받아온 사회에서 '대체 왜?' 라고 불리는 것들에 진심으로 열정을 다하는 무해한 사람과 열정들을 나는 참 좋아했는데...
매일 매일 목표 달성과 수행 전략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요즘의 나는 많이 딱딱하고 건조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스스로가 싫어질 때가 있다. 나는 꿈이 많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를 먹으면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서 였을까, 내가 바라고 동경하는 모습에서 나는 참 많이 멀어졌다.
언젠가 .. 나의 노년에는 내가 동경하던 우주와 순수 미술에 조금 더 시간과 열정을 쏟으며 눈을 반짝일 수 있는 때가 될 것을 믿으며, 현재의 조금은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조금 더 살아보려 한다. 힘내자.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나의 노년은 조금은 길고 여유로우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