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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스트 Feb 24. 2021

유난스러움은 때로 강렬한 추억이 된다.

TASTE | 프루스트의 입맛 저장소
Issue No. 1  Green



나의 유난함을 칭찬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Episode 1   한라산 정상에서 먹는 고수 라면


한라산 정상에서의 라면 한입을 위해 신랑과 나는 등산 전날 고수를 찾아 마트를 헤맸다. 생각보다 힘들고 지루했던 한라산 등반에 고수 라면이  없었다면 우리의 한라산은 그저 그런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유난스러움을 칭찬했다. 국밥보다 시원스럽게 먹던 신랑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Episode 2   비진도의 새벽 바닷가


10년 전 껌껌했던 비진도의 새벽, 바닷가 모래사장과 인도 사이의 희미한 가로등 밑에서 마셨던 술은 내 기억 속에 가장 힙하고 낭만적인 장면으로 남아있다.


굳이 그 새벽에 술잔을 챙겨 바닷가에 나갔던 유난스러움 덕분이다. 새벽의 바다는 정말 까맸고 고요했다. 그때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연극 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주인공인 양 스스로에게 취해있었다.


그때의 추억을 소환시킬 때마다 미화된 낭만의 기억이 덧입혀졌다. 어둠을 더 어둡게, 파도 소리는 더 크고 적막하게, 스포트라이트는 어둠과 극명히 대비되었던 밝기의 기억으로.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던, 홀로 가득 찬 고요함이 가끔씩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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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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