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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Dec 29. 2021

일상의 박자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강약약 중강 약약"

지나가는 꼬맹이가 중얼거린 그 말이, 한참 "약약"구간에 빠져있는 나의 뇌리에 박혔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많이 듣던 바로 그 박자다.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그 리듬을 외우던 때가 떠올랐다. 음악엔 박자에 따라 정해진 규칙인 '셈여림'이란 게 있다. 이 셈여림은 음의 세기를 나타내는 말로, 음악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분위기나 세기, 빠르기를 조정함으로써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2박자는 첫박이 강 둘째 박이 약, 4박자는 강약중강약, 6박자는 강약약 중강약약. 박자에 따라 '강'과 '약'으로 표현을 한다는 규칙인 셈인데 가끔 강박의 자리에 수미표가 있는 예외의 경우에는 약박의 자리에서 강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에는 강박을 위한 약박이 있듯이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악과도 같은 셈여림이 숨어있다. 약박의 , 강박의 , 중강박의 날들로 이루어진다. 지난주는 piano(여리게,p), 오늘은 forte(세게, f)! 가끔은 Fortissimo(매우 세게, ff) 하이라이트가 되는 날도 생긴다. 이런 다양한 강약들이 모여 사람마다 다른 음악을 만드는게 우리의 일상이다. 누군가는 클래식을 만들고 누군가는 힙합으로 세상을 평정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유로운 히피 음악으로 나만의 이름을 만들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의 지난주는 pianissimo(피아니시모, 매우 여리게)였다. 괜한 것에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지 않을 일에도 화를 내서 주변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주변을 당황케 한 내 모습이 낯설어 나 자신을 탓했다. 그럴수록 decrescendo(데크레센도), 점점 약해지는 나를 마주해야만 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예민해지고, 지나치게 생각하고 과하게 받아들이니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계속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점점 약해지던 찰나, 다음 박자를 준비하듯 자연스레 cresendo(크레셴도), 점점 세게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없이 약해지기만 해서는 내 평화로운 마음의 호수를 지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자꾸만 화나게 하는 게 타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리듬이 점점 약해지는 decrescendo(데크레센도) 구간일 뿐이라 생각하니 타인을 탓하지 않게 된다. 나로 인해 눈살을 찌푸렸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난 순간의 나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언제나 같은 박자와 리듬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일상은 이렇게 다양한 리듬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구간 동안의 어쩔 수 없었던 나를 탓하기보다 점점 세지는 crescendo(크레셴도)의 회복력으로 또 다양한 일상의 박자들을 만들어 가야 했다. 우리에겐 다음 일상의 박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는 지금 한 박자 한 박자를 매우 신중하게 살고 있고 당장의 약박 때문에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곤 하는 음표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에 인생이라는 긴 연주곡을 한 곡으로 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어제 나의 음표에 딸린 리듬, 내일 나의 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고 충실하게 살다 보면 나만의 멋진 곡이 완성한된다는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당장의 작은 약박에 그리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매우 센 구간인 fortissimo(포르티시모)에 도달하고 보니 지난주의 나는 지금까지의 리듬 중 하나였을 뿐 부끄러울 것도 후회할 것도 없는 내 연주곡의 중요한 음표가 되었다. 이만큼 곡을 완성했으면 대충 어떤 장르의 음악인지 알겠다는 세상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나의 일상음악은 어떤 음악을 완성될지 모른다. 그건 나의 오른과 내일에 의해 결정될 오직 나만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말도 안되는 추측 때문에 오늘 나의 음표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의 내 악보를 부끄러워할 필요도, 지나간 나의 악보들을 후회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지나간 나만의 악보는 연주해보며 즐기면 된다. 그 음악에 따라 나의 오늘과 앞으로 올 나의 날들을 어떤 리듬으로 채워나갈지, 우리는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내 일상의 박자와 삶이라는 음악에는
나 이외의 어떤 타인의 리듬도 기록될 수 없다.
그것이 나라는 음악의 유일한 규칙이다.


지금 pianissimo(매우 여리게)의 리듬인 친구가 있다면 나느 이렇게 말해주겠다.


강약약 중강 약약,
다음 박자는 '강'이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우린 그저 이 일상의 박자를 즐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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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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