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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Ended Feb 23. 2024

우리 동네 도서관 클로징 멘트

'10분 뒤에 문 닫습니다' 말고 소소한 진짜 배려

가족에겐 늘 미안했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일주일에 사나흘은 동네 도서관이 닫는 9시까지 남아 일을 하곤 했다.


9시에 문을 닫는데  대략 30분이 남았을 때부터 안내방송이 나온다. 30분 전, 10분 전, 그리고 마지막 5분 전 급박한 멘트!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멘트들이 정말 단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단 사실이다.


오늘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오늘의 행사 (만약 놓쳤으면 내년에 다시 오라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 지금 바깥 날씨, 내일 아침 일찍 있을 행사, 그리고 본인 이야기  등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치 있는 코멘트로, 나 같이 집에 가지 못한 이들을 늦지 않게 돌려보낸다!


오늘 처음으로 그 안내방송의 주인공께 짧은 인사를 건넬 기회가 있었다. 재미있게 잘 듣고 있다는 내 어색하지만 솔직한 감사표시에 돌아온 답은, 단지 그냥..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그리고 듣는 사람이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하고 싶어서란다.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 답에 뭔가 쿵! 하고 내 마음을 친다. 이런 소소함이, 그런 소소한 노력이, 소소하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스스로 인생을 즐기면서 남들에게까지도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인생의 치트키가 아닌가 싶다.


빨리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과 긴장 속에 인상 팍~쓰고 있던 나는, 오늘도 귀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그 분의 안내방송으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노트북을 닫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 해 본다.


그러고 보니, 그분 덕에 이렇게 오랫만에 브런치에 글도 남겨본다! ^^


'센스쟁이 도서관 아저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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