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출산하기 전 배가 불러오면서부터 나는 첫째에게 ‘엄마는 뱃속의 아기를 데리러 가기 위해 멀리 갔다가 돌아와야 하니 아빠하고 친할머니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해주었다. 나와 밤잠을 포함한 하루를 통째로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은 다른 부분은 몰라도 육아에 진심인 사람이고, 시어머님은 아이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이야기하며 놀아주시는 분이라서 사실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와 첫째는 제왕절개 수술로 4박 5일을, 산후 조리원에서 2주를 있기로 계획하여 총 3주를 떨어져 있어야 했는데 처음 2~3일간은 별 문제가 없다가 엄마가 정말 며칠 내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그 다음날 부터 새벽마다 울면서 “엄마 올 거지?!”를 외치며 깨어나는 일이 잦아졌다고 남편이 전해주었다. 어린이집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인데 다른 엄마들이랑 등원하는 친구들 때문에 엄마 생각이 나는지 등원도 거부했다고 했다. 말도 잘 안듣고 뭐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드러눕는 그야말로 슈퍼 떼쟁이 아기가 되었다고 남편이 힘들어했다.
나는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다른 사랑이 넘치는 엄마들에 비해 별로 해준 것도 없고, 좀 엄하게 키우는 편이라 내가 없어도 아이에게 잘해주는 아빠와 할머니로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없어져서 어린이집에 우울한 얼굴로 생활하고 잠결에도 나를 찾는다니 조금 얼떨떨했다. 아이가 나를 이토록 좋아해 주었구나.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마음속으로 아이와의 거리를 잰다면 50cm쯤 된다고 느끼며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었는데 아이는 이런 나를 벌써 달려와서 껴안아 준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와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데, 아니다. 엄마는 거꾸로 아이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