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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둘맘 Apr 08. 2021

어서 와 아들은 처음이지?

도토리둘맘의 육아 에세이 2

첫째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아기 목욕법을 배우는 날이었다. 신생아들에서 다른 두 부모들과 함께 간호사 선생님들의 아기 목욕 시범을 참관하고 있었다. 그날의 모델은 다른 부부의 어느 남자 아기였다. 목욕을 위한 물을 욕조에 준비하는 동안 이 아기는 침대에 옷을 풀어놓고, 살짝만 춥지 않도록 덮어둔 상태였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이제 욕조에 넣으려고 돌아서는 순간, ‘피이융~~~’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물줄기가 발사되었다.   
그때 참관하고 있던 세 부모는 모두 깜짝 놀라면서도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야.... 남자아이는 다르구나!’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들을 낳으면 고추 달린 아이를 낳은 자부심을 느끼겠다는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 세대에는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나와 같은 80년대생이라면 부모님으로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은연중에 뼈 속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나의 친정 엄마는 8대 독자를 낳기 위하여 아이를 셋이나 낳아야 했다. 만약 막내가 아들이 아니었다면 친할머니는 한 명 더 낳기를 강요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막내가 그토록 바라던 ‘고추’를 달고 나와서 비로소 엄마는 자유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아들을 낳으면 친할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잔치라도 열어 주실 줄 알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할 일을 마친 것처럼 더 이상 자녀계획에 대한 간섭을 받지 않게 된 것뿐이었다.   
  나와 남편은 사이가 좋아 5년을 놀아도 부족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아이는 한 명만 낳고 싶어 했다. 사실 남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를 낳을 거라면 ‘아들’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친정엄마의 선례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첫째로 딸이 왔다. 딸을 키우다 보니 딸이 또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가끔 남자아이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노는 모습, 아들 키우기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엄마들을 보면 그렇게 힘들어 보이고, 남자아이들의 소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변덕스럽게도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아들이었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도착해 남편과 나는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엉덩이에서 응가하는 소리가 나서 기저귀를 갈아주려 했다. 응가를 닦아주려고 기저귀를 젖혀 열어보는 순간, 작은 분수가 솟아올랐다. 딸만 키워본 남편과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며 허겁지겁 기저귀를 닫으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고 아기는 그 후로도 여러 번의 분수를 뿜는 바람에 옷과 침대 요까지 다 젖어 버렸다. 나는 물티슈로 수습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해진 아기를 신생아실에 보내고 한숨을 돌리며 나는 이상하게도 묘한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어서 와 아들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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