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비즈니스 모델, 구독

by 롱쇼츠

우유와 신문 배달


어린 시절, 우유를 배달받아먹었다. 집집마다 우유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현관에 달려있었다. 아침이면 우유 배달부가 동네를 돌며 우유를 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우유뿐이랴. 신문을 보지 않는 집이 드물었다. 대부분 하나 이상의 신문을 구독했다. 조선일보를 보느냐, 한겨레신문을 보느냐 따위로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둘 모두를 본다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아이템 중에 왜 우유와 신문이었을까? 둘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통점은 ‘유통기한’이다. 우유는 쉽게 상한다. 그리고 신문에 담긴 정보의 가치는 빠르게 휘발한다. 빠르게 그 가치가 사라지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쟁여놓을 수 없다. 집에 쌓인 신문은 폐품이 되었다.


다른 공통점은 꼭은 아니어도 상당히 필요한 제품이란 것이다. 특히 한때 우유는 우리나라에서 완전식품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아이가 있는 집에선 꼭 먹어야 하는 식품으로 인식됐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매일 우유를 나눠줄 정도였다. 신문은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 절대적인 경로였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케이블 TV도 없었다. 신문은 공공재처럼 여겨졌다. 아직도 지하철에서 다 본 신문을 다른 사람을 위해 선반 위에 올려놓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신문은 흔했고, 당연했다.


우유와 신문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①보관의 한계와 ②광범위한 시장이 그 조건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매일 소비해야 한다면 편하게 마시고 보길 원했다. 한 아파트에 우유를 배달받고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의 수가 많았으므로 서비스 제공자도 낮은 가격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


오래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왜 다시 지금 이 시대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먼저 우유와 신문이 왜 구독 비즈니스 산업에서 퇴출되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우유 배달의 감소는 보관 기술의 발달에서 시작됐다. 대용량의 냉장고가 기본 가전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즉, 각 가구는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냉장 보관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대형마트 위주의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 우유를 한 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 방식은 매일 우유를 배달받는 것보다 편했다.


물론 우유 배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환경이 바뀌면 비즈니스의 형태는 그에 맞춰 진화한다.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은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홀로 사는 노인에게 우유를 배달한다. 옛 우유배달의 추억과 사회문제가 연결되면서 우유 안부 캠페인은 많은 기업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 사단법인의 후원기업이다.


신문은 우유와는 조금 다른 길을 밟고 있다. 신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받아보고 있지만, 그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신문을 보는 습관이 든 사람들은 꾸준히 구독하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매월 얼마의 돈을 신문 구독에 들이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가 강화되면서 사람들은 공짜로 뉴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업광고에 매출을 의존하던 여러 언론사는 자신들의 디지털 콘텐츠를 일반 소비자에게 유료로 서비스하는 구조를 구축하지 못했다.


수많은 인터넷 미디어가 탄생하면서 전반적인 뉴스의 질은 떨어졌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높은 질의 콘텐츠 제공에 성공하는 미디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종이신문을 구독해야 할 이유는 빠르게 사라졌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신의 소식을 전하는 매체는 더 이상 종이신문이 아니었다.


종이신문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일 수 없다. 전 세계의 전통 미디어는 이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로컬 기반의 종이신문은 토대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바로 뉴욕타임즈다.


유료 뉴욕타임즈 구독자는 584만1000명(2020년 3월 말 기준)이다. 이중 500만명은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한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종이 대신 디지털 콘텐츠를 선택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종이신문의 몰락에 대비해 IT 인력을 충원했다. 또 이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 뉴욕타임즈 독자를 분석하고,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자료는 일선의 기자들에게도 제공됐다. 독자가 관심이 있을만한 콘텐츠의 질을 높여 뉴욕타임즈는 그들이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는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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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으로 번진 구독 모델


구독경제는 이제 막 갈래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이 아닌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책, 면도기, 화장품, 술, 수건, 보석, 자동차, 집 등 구독 비즈니스의 아이템은 종류와 규모를 특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왜 지금인가?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인 구독은 왜 다시금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을까?


IT 기술의 발전

배송 시스템의 고도화

결제의 진화

서비스에 대한 애착

라이프 스타일의 근본적인 변화


우리의 사회는 전례가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더 쉽게, 더 빠르게, 더 만족감이 높게 제품과 서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기술과 함께 인식 또한 유연해지고 있다. 관성적인 소비의 힘은 약화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통은 힘을 잃는 반면, 새로운 것은 언제나 찬양받는 시대가 됐다.


구독경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경제와 사업의 영역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할 것이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낮은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구독경제를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과 경험의 힘으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반영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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