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은 제품을 싸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데에 골몰했다. 이 방법은 꽤 오랜 기간 동안 기업을 키우는 제1의 공식이었다. 싸게 만들어진 제품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기업은 공정을 개선하고, 하청업체를 관리하고, 대규모 광고를 집행함으로써 유례없는 성장을 일궜다.
기업이 재고를 쌓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제품이 잘 팔리니 충분한 재고를 보유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해주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소비자들도 재고 아닌 재고를 집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도 냉장고와 냉동고에 꾹 밀어 넣었다. 집을 고르는 데에 수납공간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며, 냉장고의 용량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 집에나 차도 한 대씩은 보유하게 됐다.
제품을 구매해 보유하는 방식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내려오는 경제 모델이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소유경제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 모델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유경제 역시 오랜 역사가 있다. 아이를 함께 키우던 옛 시절, 우리는 공간과 소비재를 공유했다. 동양이건 서양이건 마을에는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 따로 존재했고, 가까운 친적과 지인은 물건을 돌려 썼다.
이러한 공유경제는 IT와 접목되었고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등극했다. 파편화되어 있던 공유경제 경험이 한 곳으로 집약되면서 이들의 몸집 역시 비대해졌다. 값비싼 빌딩과 주거공간, 그리고 차량은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정도만 구매하는 경험'이다. 공유오피스는 업무에 필요한 최소 공간은 빌리되 화장실, 응접실, 휴게공간 등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구조를 짠다. 그리고 공유 차량은 내가 차를 쓰지 않을 때 남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물론 우버의 방식이 공유경제보단 렌털 혹은 택시 서비스와 유사해지고 있긴 하다.)
그리고 구독경제가 등장했다. 구독경제는 소유경제나 공유경제에 비해 그 역사가 매우 짧다. 현대 사회에 들어 우유나 신문을 구독한 것이 그 시초일 것이다. 이후 정수기와 같은 기기를 매월 관리를 받는 것이 그나마 등장한 지 좀 된 아이템이다.
그러다가 IT와 유통 기술이 발달하면서 구독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쉽게 매월 결제할 수 있고, 더불어 주기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이 용이해진 것이다! 특히 물리적 배송이 필요가 없는 소프트웨어 구독은 이제 기본값이 되고 있다. 우리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음악과 동영상) 등을 쓰면서 매월 돈을 지불하고 있다. 뒤를 이어 배송이 필요한 각종 제품이 구독경제 영역 안에 들어오고 있다. 빨래, 집수리, 액세서리, 매트릭스, 꽃, 면도기, 생리대, 수건, 건강보조식품, 반찬, 그림, 명품가방, 옷, 술,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구독경제의 형태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소유경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세 가지 소비 형태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취향에 따라, 기업의 전략에 따라 포지셔닝에 따라 서로 얽힐 것임은 분명하다.
이 같은 여러 형태의 소비는 아래와 같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제품 생산 주기
재고에 대한 인식
브랜드 충성도
기업은 소비자의 선호를 분석해 이에 기반한 제품을 개발한다. 이것이 기업의 핵심능력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다. 기껏 오랜 기간 많은 돈을 퍼부어 만들었지만 그 제품이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사라지기 일수다.
구독경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다. 빠르게 소비자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번 달에 불만족스럽던 점이 다음 달 개선되는 것을 바라보는 소비자는 단기간의 불편이나 불만을 감내한다. 그러나 TV와 차와 같이 복잡한 설계와 빠른 피드백이 불가능한 제품은 구독경제보단 공유경제에 적합하다. 또 제품의 질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모품은 대량으로 구매하는 소비경제가 적절할 것이다.
재고에 대한 인식도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고기를 냉동고에 쌓아놓고 먹기보단 매월 배송되는 신선한 돼지고기를 선호할 수 있다. 집안에 이런저런 가구를 두지 않고 때에 맞춰 트렌디한 가구를 두고 싶다면 가구를 구독하거나 공유할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재고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기능과 디자인에 능한 기업이라면 구독모델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브랜드도 중요하다. 지금까진 기업은 '생산자'로써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우리는 무엇을 생산하는 데에 탁월하다'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흔하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한다'라는 이미지가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구독경제는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합리적인 방식을 찾아간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쓴다. 우린 기업이지만 당신의 만족이 최우선이란 이미지를 갖추려는 것이다.
소비경제는 피라미드의 최하단이다. 누구나 소비를 하며 이 나선에서 벗어날 순 없다. 구독경제는 중간층에 위치해있다. 매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내면서 동시에 소유권 또한 확보한다. 공유경제는 피라미드의 최상단이다. 소유가 부담스러운 공간과 차, 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며 가성비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