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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yory Sep 03. 2021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여행을 한창 하고 있을 때쯤,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가족을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그곳은 괜찮냐는 안부와 함께요.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이라곤 하루 종일 차를 몰고 도착한 동네의 주민 혹은 우리와 같은 몇 없는 여행자뿐이었고, 우리와 만난 사람들은 세상에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밝고 마알간 얼굴로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온 세상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표정과 눈빛을 잃은 채 걸어 다니지 않았어요. 같은 공간에 있을 때에도 언제나처럼 편하게 숨을 쉬었고, 기침을 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God bless you’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챙겨온 신라면 두 봉지와 맞바꾼 동네 꼬마들과의 값진 하이파이브. 

마을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을 때 우리 주변을 지나던 아이들이 있었어요. 

일행 중 한 친구가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가방에서 라면 두 봉지를 꺼내어 선물로 건넸어요. 

아이들은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일단 주니까 받았겠지만 그 라면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 우리를 어떻게 소개했을지, 결국 그 라면을 끓여서 먹어봤을지, 먹었다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했을지 그날 밤 혼자서 너무 궁금해 했어요. 새하얀 아이들이 빠알간 라면 봉지를 두 손에 가득 품을 때 어리둥절해 하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거든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혀요.


 “Give me High five!”를 외치며 손바닥을 펼치면

조심스레 다가와 살포시 손을 맞추고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던 아이들의 뒷모습.  

    

 여행 중에 천사를 꼭 한 번은 만나게 된다는 미신 같은 게 있었다면,

그날 만났던 꼬마들이 천사였을 거라고 굳게 믿고 또 믿었을 거예요.

      

  ‘기생충’을 아냐고 물어보면 환한 얼굴로 ‘Parasite’를 외치며 인사를 건네던 각국의 여행자들도 있었고,

빙판에 미끄러질 뻔 하고 민망해서 주위를 둘러보면 ‘Be Careful’이라고 말해주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내가 당신들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당신들도 날 그리워했으면 좋겠는데. 서로의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우리들은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될까요. 마주친다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땐 우리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있는 힘껏 반갑다 말할 거예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안녕이라고 말하면 우리가 멀어질까 봐. 고맙다는 말로 대신하던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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