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iceland
여행 중에 꼭 한 번 천사를 만난다는 미신이 있다면,
그날 만났던 꼬마들이 천사였을 거라고 믿고 또 믿어요.
크밤스타옹기라는 마을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우리 주변을 지나던 아이들에게 소진이는 캐리어에서 라면 두 봉지를 꺼내어 선물로 건넸어요.
그 라면 봉지를 들고 가서 부모님께 우리를 어떻게 소개했을지. 결국 라면을 끓여서 먹어봤을지,
먹어봤다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했을지 그날 밤 혼자서 너무 궁금했어요.
새하얀 아이들이 빠알간 라면 봉지를 두 손 가득 품을 때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 정말 귀여웠거든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혀요.
"Give me High five!"를 외치며 손바닥을 펼치면 조심스레 다가와 살포시 손을 맞추고
종종 걸음으로 멀어지던 아이들의 뒷모습.
영화 <기생충>을 아냐고 물어보면
환한 얼굴로 "Parasite"를 외치며 인사를 건네던 각국의 여행자들도 있었고,
빙판에 미끄러질 뻔하고 민망해서 주위를 둘러보면 "조심해!"라고 말해주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내가 당신들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당ㅇ신들도 날 그리워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우리들은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될까요.
마주친다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땐 우리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있는 힘껏 반갑다고 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