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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chi Aug 28. 2023

[후기] 미디어의 미래 2023 컨퍼런스 (2)

2일차 콘텐츠의 미래 + 마케팅의 미래 : 쏟아진 질문들

기획 측면에선 모험적인 시도였다. '저널리즘의 미래'에서 콘텐츠와 마케팅 영역을 포섭해 나가고 있었지만, 이를 별도로 구성했을 때 충분히 홍보가 되고 나아가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튿날의 첫 세션은 직접 모더레이터로 무대에 오르게 되어 부담감은 더 가중됐다.


행사 시작 전 무대 점검. 무대에 오르면 앞에 큰 모니터에 발표자료가 나오고, 조그만 모니터엔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1. 라운드테이블 - 콘텐츠의 미래 "OTT의 TV화, K콘텐츠의 리더십 확장"


"진짜, 이대로 가면 내년에 제작사 몇 곳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에이스토리 최문석제작본부장의 목소리였다. 방금 전 무대를 끝내고 대기실로 이동한 6인의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발표와 토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던져진 멘트다. 그만큼 요즘 제작진영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실감케 했고,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어려움만 얘기된 건 아니다. 앞서 각기 15분 안팎 발표한 다섯명의 얘기 속에선 오히려 도전의 의지와 희망이 넘쳤다. 


첫 발표는 스트리밍 시장환경을 개괄한 한정훈 다이렉트랩 대표였다. 'TV 가 되고 있는 스트리밍, AI와 만나는 OTT'가 타이틀이었다.

그는 2024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트렌드에 대해 5가지로 간추렸다. 첫째, 진정한 스트리밍 시대가 개막한다. 둘째, (그러나) 쉽지 않은 스트리밍 시장상황. 세번째는 메가 스트리밍의 부상(뉴스와 스포츠)이다. 넷째, M&A와 번들링(Bundling)이다. 다섯째는 '리니어 TV가 돌아온다. 그러나 디지털 리니어, FAST다'

미국에서 지상파와 케이블 등 레거시의 비중(시청점유율)이 올해7월 처음으로 50%선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그래프인데 한대표도 발표 첫머리에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스트리밍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중인데 그 세부내용에서 로쿠와 플루토 등 광고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웨이브(wavve)의 노동환 정책리더'K-OTT, focus on One's Strength'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웨이브가 어떻게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향후 실행전략을 펼쳐나갈지를 주로 소개했다. 

콘텐츠 투자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 한다, 플랫폼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재구성을 통해 경쟁력 제고하겠다, 코코와 인수한 토대로 미주 중심의 글로벌 진출 통해 시장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유승호 주연 ‘거래’ 공개 예정 웨이브 “오리지널 IP 확보에 방점”)


최문석 에이스토리 제작본부장은 "킹덤 전과 후로 회사가 확 달라졌다"면서 "글로벌 OTT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는 반면 그만큼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며 양면적인 상황을 털어놓았다. (제작 중단·제작 편수 감소… 새롭게 닥친 ‘K콘텐츠’의 위기

무엇보다 킹덤 시즌1과 시즌2를 제작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작할 때는 IP를 확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는 설명이 와 닿았다. (객석 질문중에 "킹덤 시즌3는 안 하나요?"란 내용이 있었고, 이에 대해 "그건 넷플릭스가 IP를 100% 소유한 작품이다. 그들이 결정하면 하는 것이고 안하면 없는 것이다"는 응답이 바로 그러하다)


지상파 입장은 어떠할까. MBC의 이영호 글로벌 사업팀장'스트리밍 시대 지상파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4가지 사업전략을 설명했다.
1) 기획의 변화 -최종 유통처 고려해 좀 더 뾰족하게!
2) 시즌제 IP 개발 - 그래야 바이어와 셀러 모두 투자에 따른 리스크 분산이 가능
3) 포맷수출 - (예/ 복면가왕, Masked Singer 55개국에 라이센싱 성과)
4) 각 국가별 '정성적인' 데이터 수집 이해가 필요 


박준경 New ID 대표는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영화사 New에서 설립한 FAST에 특화된 미디어스타트업인데, 현재 아시아 최대 FAST 사업자로 성장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료 스트리밍 TV서비스 한국에서도 통할까)

New ID의 박준경대표가 발표중인 장면을 스탭들이 위치한 무대 옆쪽에서 촬영 

FAST가 뭐지? 생소한 분도 있을 것이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는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다. 넷플릭스 등 유료구독기반(SVOD)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였는데, 아무래도 '무료'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다보니 요즘 북미 중심으로 '대세감'을 키워가고 있다. 그런데 광고기반이라고 하면 AVOD와는 어떻게 다르지? 둘 다 광고기반의 무료서비스이지만, AVOD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콘텐츠를 볼 수 있고, FAST는 일반 TV채널처럼 편성이 되어 제공되는 리니어(linear) 서비스다. 앞서 한정훈대표가 '리니어 TV가 돌아온다. 그러나 디지털 리니어, FAST다'라며 FAST의 부상을 설명한 연유에도 이러한 맥락이 담겨있다.

FAST 관련,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선전중인) 삼성의 FAST 서비스은 '삼성 TV Plus' 관련 홍보 영상도 한번 참고로 볼 만하다. 

그리고, New ID의 홈페이지에도 소개영상이 올라 있으니 참고하자. (사이트에서 영상 보러가기)


5개의 발표 후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OTT의 TV화' 현실에서 각 사업자들의 대응방안은 물론, 공통적으로 'K콘텐츠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선결과제는 무엇일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발표와 토론에서 다뤄졌지만, "한국 콘텐츠, 다른 나라보다 잘 만드는 경쟁력의 요인은 뭔가요?"라든지, "한국 콘텐츠진영에 기회가 와서 좋은 상황 같은데, 제작사는 왜 어렵죠?",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설이 나올만큼 토종 OTT들은 힘들다는데 타개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줄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잇따르기도 했다. (토론을 주재한 입장에서 사실 이 대목을 잘 정리하고 싶긴 한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별도의 글로 추후 업데이트 예정)


행사장 로비의 냉장고에는 생수와 함께 맥주가 가득 있었다. 오전 세션 후 심한 갈증에 바로 달려가 하나 들이켰다. 


오후 들어 첫 세션은 'AI가 바꿔가는 콘텐츠 생태계'였다. 유튜브에서 일했었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책을 펴낸 바 있는 안정기작가의 발표로 시작했다. 그는 생성 AI 기술이 '크리에이터 르네상스'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다양한 예시 사례들을 보여주며 '누구나 창작자가 되기 쉬운 시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윤영근 벌스워크 대표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는 '오징어게임'으로 가장 돈 많이 번 곳은 어디인 것 같으냐'는 질문으로 발표를 열었다. 로블록스에서 오징어게임을 활용한 콘텐츠가 1,000개 이상 출시됐고 Top5 콘텐츠의 전세계 누적 방문자수가 약 28억명이고, Top5 제작사의 총 누적 매출합산이 3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즉, 20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으로 제작사는 10~20% 범위의 수익을 얻었을 뿐이지만, 게임영역에서 파생 콘텐츠로 수백억원의 수익이 발생한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기존의 수동적 'Watch' 소비를 넘어 유저들이 직접 창작도 하며 즐기는 'Play'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는 트렌드다. 

제페토를 서비스중인 네이버제트에서 투자받은 벌스워크는 이른바 '미래형 콘텐츠'를 모색중인 스타트업인 셈인데, '콘텐츠의 미래' 컨퍼런스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방향성을 하나 제시해 준 걸로 이해된다.

 

이후는 마케팅 세션으로 넘어간다. 크게 두개의 세션이다. 하나는 AI 파도가 기업과 마케팅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른 하나는 '데이터 바로 읽기'의 주제를 담고 각기 3개씩 모두 6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윤경 팬덤퍼널 대표는 인공지능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마케팅 업에 오랜기간 몸담았고 최근 직접 창업까지 이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전반적인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마케터들에게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파해 주목받았다. 

김윤경대표는 '언론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가'라는 객석 질문에 대해 "(막연히) 대중을 향한 소통을 하려하지 말고 좀 더 세분화된 집단으로 나눠서 그들의 목소리를 잘 들으려 노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언론사들, 알려고만 한다면 독자 수요 알 길은 열려있다”)


윤석찬 아마존 웹서비스 수석테크에반젤리스트생성AI가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마존의 베드락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 위주로 소개했다. 발표 말미에 공유한 장표가 여운 있었다. 

"Perfect is the enemy of good enough. 이는 완벽함을 이루려는 고집은 '충분한 좋은 개선'을 방해한다는 말입니다. 볼테르가 한 말인데요. 사실 우리 속담에 있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것과 반대죠. 어느 정도 충분한 정보만 있다면, 바로 바로 실행해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생성형 AI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빠르게 실험하고 적용해 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워블로거로도 유명한 윤석찬님은 예전에 Daum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기도 하다. 잠시 몇년 정도 외국회사 경험해보려고 갔는데 제법 오래됐다며 웃었다. 대화중에 인상적인 얘기 한 대목. "아마존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글쓰기 였어요. 첨에 입사하면 일단 글쓰기 교육부터 받게 하더군요. 회의를 할때 PT 같은 건 안해요. 각자 글을 써와야 해요. 1시간 회의라고 하면 첨에 30분은 글 읽고 후반 30분에 얘길 나누는 식이죠."


최인철 Kearney 파트너'AI시대, 급변하는 시장과 기업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기업들이 마케팅 영역에서 빠르게 접목하게 되면서 시장 규모 또한 2028년가지 10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도달-전환-유지-성장' 등 마케팅의 단계별로 AI를 적용하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 '일과 조직에 대한 재정의'와 '업무 적용의 우선순위', 나아가 'AI 도입을 위한 성공적인 운영체계' 등 3가지 중요한 포인트에 초점 두고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파트너는 발표 말미에 젠슨 황의 멘트를 공유했다. "AI를 활용하지 않는 회사는 도태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대체할 것이다." 


최인철 파트너는 마케팅 세션 기획하면서 주변의 실무진과 임원급 마케터 몇 분에게 '강연을 듣고 싶은 인물은?' 질문을 던져 추천받은 가운데 한 분이었는데, 역시나 왜 듣고 싶어했는지 실감했다.


이제 '데이터 바로 읽기' 세션이다. 

황성연 닐슨 리더가 포문을 열었다. 역시나, 최근 본인이 '꽂혀있는' 인구 구조변화 현상에 무게를 두고 '미디어 이용 전망'을 풀어나갔다. 발표 말미에 3가지 이야기로 요점을 정리했다. 

1. 특이점이 온 우리나라 인구 - 인구구조 변화가 모든 분야에 영향 미치고 있다. 인구정책에서 인구전략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2. 미디어 이용의 핵심은 여가시간 -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의 크기가 미디어 이용의 핵심 원천이다. 연령대별로 여가시간 크기가 달라 미디어 이용행태의 차이가 커지는 상황이다. 

3.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전략 - 인구변화와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응중인가? 성과 분석하고 대응 위해 올바른 척도를 사용하고 있는가?

2번과 3번 항목에서 특히, 데이터를 바로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진 발표는 대학내일의 이혜인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였다. '데이터 기반, 20대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풍부한 예시와 함께 알려주었다. 기획단계 의논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져줘서 기대가 컸는데, 기대이상으로 알차고 재미있는 발표를 꼼꼼하게 준비해 주어 무척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대목은 "X세대와 Z세대의 연결고리"이야기였다. 두 세대가 서로 공통분모가 있다는 의미였는데, 발표에서 뒷받침 예시로 보여준 것은 "요즘 10대 창업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는데, '쿨한 X세대 부모가 Z세대 창업을 견인'해서 그렇다는 풀이가 나온다"는 사례였다. 아울러, 숏폼 콘텐츠를 함게 촬영한 대상에 대한 설문에서 X세대의 경우 '혼자' 이외에 두번째로 많은 게 '자녀'였고, 이전에 맛집 검색에서 '오빠랑'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엄빠랑'이 효과적이란 예시도 있었다.

Z세대 이해와 관련 주요 특징을 정리한 장표(위의 이미지)를 설명할 때는 객석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고 '네. 찍으세요'라고 여유있게 안내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 발표는 고문석 모토브 CMO의 '디지털 옥외광고 데이터 추적과 효과 측정'이었다. 모토브는 택시에 달린 광고판을 통해 옥외광고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광고판에 카메라와 센서를 부탁해 수집하는 데이터는 실로 방대하다는 걸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앞으로 공공데이터와 접목하면서 실시간으로 디지털 옥외광고의 수집 데이를 활용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의 다양한 유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 만난 옥외광고의 변신)


마무리


컨퍼런스가 모두 끝나고, 사람들이 떠난 행사장. 워낙에 800석 규모로 크긴 하지만, 새삼 광활해 보였다. 9번째 행사여서 그런가, 주최측인 미디어오늘 관계자들은 진행이 매끄러웠고 손도 빨랐다. 


행사장에서 반가운 만남도 많았다. 그 중에 생각 못했던 고마운 피드백을 던져준 이도 있었다. "마침 AI 이슈도 그렇고, 공부를 좀 해야하겠다 싶었는데, 딱 맞춤형으로 좋은 공부자리여서 왔지요" 인터넷 업계의 임원으로 바쁜 그가 달려올 정도로 나름 행사 기획과 구성은 괜찮았구나 싶었고 거기에 조금이나마 손을 보탠 게 보람이 느껴졌다. 물론, 이 행사 자체가 오랜 기간 쌓아온 단단한 신뢰 덕분에 그런 인식이 생겼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연사로, 또 관객이자 질문자로 함께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아울러, 멋진 행사 준비하고 진행해주시고, 협업의 손길도 건네주신 미디어오늘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기록해 둔다. 


끝으로 참가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대표적 미디어 컨퍼런스'라는 슬로건이 전혀 과하지 않은 행사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가길 기대한다.



[관련 글] 컨퍼런스 - 1일차 저널리즘의 미래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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