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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석 Myste Lee May 25. 2018

엄마의 눈물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시대의 멜랑콜리

그날도 결국 엄마에게 대들다가 쫓겨났다. 집 밖으로 쫓겨난 나란 아들은, 엄마에게 잘못했다며, 용서해 달라며 우는 아이가 아니었다. 끝까지 소리를 치며 내가 잘못한 거는 없다고 우기는 아이였고, 집 밖으로 팬티 한 장 달랑 걸친 채 쫓겨나도 당당한 아들이었다. 나는 쫓겨나고 난 후면 곧 장 아파트 지하 분리수거장으로 내려갔다. 거기에 가면 사람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박스가 있었고, 윗집 아저씨나 아랫집 아저씨가 더 이상 헐어서 안 입는 헌 옷들이 가득했다. 나는 기죽지 않고, 아저씨들의 헌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고, 박스를 질질 끌고 올라와, 집 대문 앞에 두장은 깔고 한장은 이불 삼아 덮고 엄마가 집 문을 열어줄 때까지 잠을 청했다. 엄마는 시간이 조금 지나 나를 용서해주러 집 문을 열었다가, 다시 열 받아 문을 닫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그때에 엄마의 씩씩거리는 숨소리와 격양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야이 새끼야” 우리 엄마가 잘 쓰는 말이었다. 


나는 유달리 사고를 많이 치는 아들이었고, 엄마의 바람대로 살아주지 않는 아들이었다. 공부를 하라고 했더니, 학교 가서 방송반으로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는 아들이었다. 남들은 소박하게 가수들의 노래나 찾아 들을 때, 나는 학교 가방을 메고 가수들을 쫓아다녔다. 대학교를 가기 위해 수능 준비를 해야 할 때, 나는 인터넷 방송을 배워 인터넷 DJ를 했고, 밤마다 노래도 부르고 진행도 하며 엄마의 신경을 긁었다. 내가 그때 본 엄마의 모습은 항상 화가 나 있는 모습이었고, 신경질적이었다. 나는 항상 내 행동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라는 주의였고 엄마는 나를 보고 한없이 답답해하고 한심해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때의 나를 보며 엄마가 얼마나 많이 울어야 했는지,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얼마나 나의 미래를 걱정했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엄마는 자식에게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소리치고 있지 않았고, 울고 있었다. 엄마는 잔소리하고 있지 않고, 울고 있었다. 엄마는 신경질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나를 쫓아내고 문 밖의 나를 생각하며 시계만 쳐다보고 계셨고, 딴짓하는 아들에게 두 번 세 번 고민하다가 겨우 한마디 하셨다. 답답하고 한심한 것이 아니라, 안타까워하셨다. 그런 엄마의 눈물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삐뚤어지지 않고 크고 있었다.  


아내는 아직도 ‘엄마’라는 단어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일이 일어난 지 4년이 흘렀지만, 아내에게는 어제 일어난 일 같단다. 모든 순간과 장소에 엄마가 살아계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면, 엄마가 좋아하던 장소를 갈 때면 가만히 혼자 눈물을 삼킨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셋인 우리 처제는 수아 수연 수영이가 품에 안기며 “엄마~”라고 외칠 때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고 한다. 아이들 입에서의 ‘엄마'에서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 것이다. 엄마의 웃음,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손, 엄마의 음식.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자신의 딸들이 맛있게 먹을 때 엄마 생각이 떠나질 않는단다. 문득 자신의 말투에 엄마가 어릴 적 내게 하던 말들과 말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너무 보고 싶어 진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엄마가 보고 싶어 지는 때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해야 할 집안일을 하면서란다. 엄마는 큰언니를 둘째 언니를 나를, 넷째를 막둥이까지 보면서, 본인의 삶과 일, 집안일 어떻게 다 해내셨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한 번씩 다리를 주물러 달라던 엄마의 애교 빼고, 남몰래 혼자 어깨와 허리를 자신의 손으로 두드리며 힘듦을 감내하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힘들단 내색 없이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내셨을까? 나는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도대체 얼마나 힘드셨을까? 


우리가 나이가 들고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가면서, 또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미약하게나마 알게 된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결혼을 해도, 어른이 되면서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하나씩 늘어가면, 그것조차 감당하기가 버거울 때가 많다. 근데 엄마는 그런 자신의 삶과 더불어, 우리들의 삶까지 짊어지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내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걸음엔 엄마의 수많은 눈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단, 우리가 살면서 엄마의 눈물을 잘 보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엄마의 눈물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의 인생에 떨어져, 우리를 더 단단하게,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신다.  

그러니까 있을 때 정말 잘해라.  


글_사진 이인석 (Myst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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