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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기록으로 시작된 나의 확장

by 재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주 조용하고 사적인 순간에서였다.


대학교 1학년, 처음 산 다이어리에 하루를 적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조그만 기록이 언젠가는 나를 바깥으로 이끌 거라는 걸.


그렇게 꾸준히 14년간 일기를 써왔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너무 당연한 습관이 되어서 하루의 끝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과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답답함과 갈증을 느꼈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날, 들뜬 날, 이유 없이 복잡한 날. 삶의 모서리에서 튀어나온 감정들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글로 움켜쥐었다.


글을 쓰면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가지런히 정리되었다. 사람과의 대화,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경험, 회사에서 맞닥뜨린 도전과 성찰까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처럼 글을 쓰다 보면 그 끝에는 편안함을 느꼈다. 글은 과거를 붙잡고 현재를 이해하게 하며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나만의 방 안에서 쓰던 글은 어느 순간 세상 밖으로 나왔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IT 마케터로서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며 겪었던 막막함과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수많은 직장인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며 ‘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라는 책 집필로 이어졌다.


내 브런치 글을 읽은 구독자와의 댓글과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공감이 되었다는 후기를 볼 때마다 글을 매개로 세상과 연결되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넬 수 있다는 점에 벅참을 느꼈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바깥으로 나온 글쓰기는 세상과 연결되는 하나의 매개체라는 걸.


그렇게 산소처럼 내게 필수가 된 글쓰기는 때론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고, 때론 스스로를 단련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전장 같은 세상 속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무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나의 글쓰기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언젠가는 노래 가사도 써보고 싶고, 드라마 각본이나 영화 시나리오도 써보고 싶다고.


브런치 글처럼 진심을 담은 에세이, 마케팅 카피처럼 단 시간에 사람을 설득하는 문장, 책처럼 깊게 파고드는 문장을 쓰는 사람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더 나아가보고 싶다.

때론 말보다 글이 더 정확하게 진심을 전해줄 때가 있다. 그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면,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손에 펜이 잡히는 한, 마음에 문장이 떠오르는 한.


내 글쓰기도 나처럼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성숙해지길 바란다. 배우고, 깨닫고, 확장하며 그렇게 끝없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사진: Unsplashİsmail Hamza Po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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