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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형 Feb 26. 2022

부러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누군가를 향한 부러운 마음이 나를 다치지 않게 하려면

부러워하지 않고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역사상 우리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쉽게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그 삶을 네모난 칸 안에 담긴 사진과 우물정# 표시로만 봐야 합니다.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들이 많으니, 부러워할 삶의 모습들도 잔뜩 나옵니다.


부러움이란 보통, 아득히 가질 수 없는 걸 가진 사람에게는 생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재벌의 수백조의 자산보다는 내 친구가 주식으로 벌은 5억이, 손예진과 결혼한 현빈 보다는 좋은 사람과 결혼한 것 같은 내 친구가, 건물주가 된 누군가보다 남양주에 집을 샀다는 후배가 부러운 법이죠.


삶이란 건 야속하기 짝이 없어서 아는 것이 많아지고 가진 것이 많아질 수록 부러워할 대상도 많아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책을 쓴 사람이 부럽습니다.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맡은 프로젝트도 부럽습니다. 알면 알 수록 부러워할 대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때문에 부러운 게 많다는 건 아는 것이 많거나 가진 것이 많다는 말입니다. 부러움이 복합적일 수록 해본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가져본 것들도 많다는 것이죠. 이제 보니 부러움이 많으신 분들은 뭐라도 많으신 거네요. 부럽습니다.


부러운게 많은것도 부럽다


부러운 순간은 정말 문득 찾아옵니다. '저것은 원래 내가 부러워하던 것인가?' 물을 새도 없이 부러운 감정은 눈을 거쳐 가슴을 먼저 찌르고 머릿속에 남습니다. 가슴을 찌른다는 말이 중요합니다. 부러운 마음은 갑작스레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에게 미약하게나마 충격을 줍니다.


그래서 아픕니다. 부러운 마음은 분명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긴것인데, 그 좋은 일은 휴대폰 화면 너머에 있는 나에게는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휴대폰 속에는 그런 일들이 넘쳐 흐릅니다. 누군가 돈 벼락을 맞았네, 누가 또 좋은 호텔을 갔네, 어유 얘는 맨날 뭐 먹으러 다니나봐.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럽다~'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의 눈썹 모양은 8시 20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처럼 누워있습니다. 상대방이 가진 것을 목격하는 순간이, 순간적으로는 아프고 슬픈 것이죠. 부러움이 뇌를 거쳐, 칭찬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찌르고 나오며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합니다.


부러움은 보통 두 방향으로 뻗어갑니다. 하나는 상대방이 가진것을 인정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것. 시기와 질투는 아주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질투는 상대방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질 때 비로소 해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부러움을 삶의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와 질투로만 남을 때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추락을 기다리게 됩니다. 내가 갖고 싶은 무언가를 지닌 저 사람의 추락을, 타락을, 실패를, 슬픔을, 불행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 마음이 깊어지면 때로는 그의 불행을 추적하고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제가 술자리에서 들었던 저를 향한 풍문에는 '걔 아직 이혼 안했더라, 잘 사나봐' 같은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게 보여졌던 그의 관심과 관찰은 애정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지독한 부러움이었음을, 그래서 언젠가 제가 그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패를 맞이하길 바랐던 것이겠죠.


아마 본인도 몰랐을 것입니다.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본인 마음 속 깊이 있는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부러운 마음이 우리와 다른 사람을 다치지 않게하려면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전 인류가 누군가를 부러워 하는 마음이 끝없이 뻗어져 나가기만 한다면 세상은 다치는 사람 투성이일겁니다.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러운 마음은 다스려야 합니다.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 걸까요? 사실 저도 소인이라 그런 영원한 방법 따위는 잘 모릅니다. 저도 누군가가 부러우면 때로는 가슴이 아파지고, 그 사람이 가진 걸 갖고 싶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제게 순간적으로 드는 그 찌르는 듯한 아픔이 부러움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음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면 누군가를 쉽게 미워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때문에 부러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어려우면서도 쉽습니다. 순간적으로 드는 그 마음을 '부러움이다'라고 인지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그 마음이 드는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일 겁니다.


부러워하되 미워하지 않는 마음이 익숙해지면, 점차 부러운 것들이 사라집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반복되면 점차 그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과 시기 질투하는 마음을 분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마음이 떨어질 수 있는 마음이란 걸 알게된 뒤로는, 저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것 같았습니다. 그 시기와 질투를 없애고 나서야, 제가 가진 것들을 볼 수 있었고 그제서야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되었달까요. 


부러움이 부끄러움일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어쩌면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는 부러움이라는 마음 속 타인을 미워하는 불씨를 '끄'라고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글은 뉴스레터 검치단 Playlist & Letter 에서도 함께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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