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모시고 아내와 함께
오늘은 병마용과 화청지 일일투어를 가는 날. 영진투어를 통해 사전 예약했고, 같은 날짜에 다른 예약자가 없어 인당 650위안으로 프라이빗 투어로 진행되었다. 병마용은 항상 사람이 많지만, 이른 아침이 상대적으로 한산하다고 하여 첫 타임 오픈런을 위해 7시 30분 호텔 출발로 일정을 잡았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시고, 우리 부부도 직장인 습관이 남아있어 무리 없이 호텔 조식을 먹고 가이드를 만나 출발했다. 병마용까지 가는 동안 가이드분이 시안의 역사와 성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평소보다 차가 밀려 30분 거리가 1시간가량 걸렸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도착했을 때 긴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고, 병마용 갱에 들어서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발굴 현장이 펼쳐졌다. 이곳은 현재도 발굴이 진행 중이며, 그래서 시안 대학교 고고학과가 유명해 우수 학생들이 실제 현장 실습을 나온다고 한다.
한국인 관점에서는 관광객이 꽤 많았지만, 워낙 넓어 병마용을 여유롭게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가이드 분이 열심히 찍어주셨다.) 중간에 유료 기념사진(인당 10위안)도 대기 없이 바로 촬영할 수 있었다.
박물관이 따로 있는데, 병사 인형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 병사 인형들은 170cm가 넘는 웅장한 크기였고 원래는 흙인형 느낌이 아니라 색이 다 칠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가이드분이 병마용 인형들의 계급과 역할에 따른 특징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흥미진진했다.
갑옷의 리본이 많을수록, 신발 앞코가 높을수록 고위 장교라는 점,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 있는 형태의 병사 인형은 실제로는 칼을 집고 서 있는 장군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진시황 시대에는 마구가 없어 맨몸으로 말을 타야 했기에, 기병대 병사들은 체구가 작고 가벼운 옷차림을 했다고 한다. 이런 세세한 설명 덕분에 병마용이 단순한 인형 군단이 아닌, 진시황 시대의 실제 군대처럼 느껴졌다.
화청지로 이동해서는 당태종과 양귀비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구경했다. 가이드 분이 여기 온천이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며 연꽃 모양의 손 씻는 곳(?)에서 온천 꼭 한번 느껴보라 했다. 실제로 화청지 내부에 온천 호텔도 조성되어 있는데, 비싼 가격에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쉬웠던 점은 가이드 분 따라 다소 촉박하게 움직이느라 세세한 부분을 구경할 여유는 없었다.
돌아올 때는 호텔로 바로 돌아가거나 근처 추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것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추천받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고 추천해 주신 메뉴 중 가지볶음이 특히 맛있었다.
오후 3시쯤 호텔로 돌아와 다음 일정 전에 투숙객을 위해 매일 제공되는 무료 애프터눈 티타임을 즐겼다. 조식을 먹었던 공간에서 간단한 다과와 음료가 제공되었는데, 오전 일일투어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문인거리를 구경하러 나섰다. 애프터눈 티를 소화할 겸 걸어가는 길에 우연히 도교 사원을 발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사원이었는데,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었다.
유튜브에서 본 문인거리는 작가들이 글과 그림을 그리는 부스가 있는 박람회 같은 분위기였는데, 실제 첫인상은 관광지 기념품점이 줄지어 있어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계속 걸어 들어가니 안쪽에 기대했던 문인들의 공간이 별도로 있었다.
다만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자리를 비운 작가들이 많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라 구매는 하지 않았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진다고 해서 재방문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 식사를 겸해 마지막 일정으로 회족거리를 방문했다.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느낌이었는데, 관광객들로 매우 붐비고 혼잡한 분위기라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걷다가 긴 줄이 선 가게를 발견해 기다렸다가 먹어본 것이 러우쟈모(肉夹馍)였다. 중국식 햄버거로 불리는 이 음식은 바삭한 빵 속에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데, 어머니와 아내는 소스 향 때문에 그다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내와 어머니는 스즈빙(柿子饼), 일명 감호떡을 좋아했다.
저녁은 리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양꼬치, 양러우촨(羊肉串)이 생각나서 가이드 분에게 식당을 추천받았으나, 지도를 잘못 보고 다른 가게에 들어갔다. 저녁 시간이 늦어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시는 기색이라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 그냥 먹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다.
종루의 야경과 비에 젖은 거리에 중국 특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운치 있는 풍경을 즐기며 호텔로 돌아왔다. 일일투어부터 시작해 저녁까지 약 2만보를 걸었던 긴 하루였지만, 시안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떤 여행이었다.
덧.
돌아오는 길에 종루 근처 CHAGEE에 디올 느낌으로 유명한 패왕차희 텀블러를 사러 들렸지만, 한정판이라 이제 단종되어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을 찾아 아내 것과 2개 구매했다.